[한경닷컴]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4일 미·일간 쟁점이 되고 있는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의 후텐마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종전 미국과 합의한 슈와브기지 이외의 이전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이는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미·일간 균열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특히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연내에 도출해달라는 미국측의 요구와 관련,“시간을 두고 미국과 협상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연내 결론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는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사민당이 미국과의 종전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미국과의 관계보다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연립 여당간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연립정권의 또다른 축인 국민신당도 연내에 결론을 내는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일 관계다.하토야마 총리가 미·일간 합의 사항을 뒤집는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미·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미·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하토야마 정권의 입지가 약화될 경우 이는 결국 국내 정치에도 악재로 작용할텐데 하토야마 총리와 측근들이 너무 쉽게 이런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하토야마 총리나 주변에서 대미 관계 악화에 따른 부담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 대변인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후텐마 문제가 잘못돼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는 그런 약한 미·일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해왔다.그러나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 야당 의원 시절에는 주일미군 없는 안보론이나 미 해병대의 오키나와 주둔에 대한 회의론을 주장했던 인물이어서 미국의 심기가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