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선덕여왕'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TV역사극 전성시대를 다시 맞고 있다. 지난 주말 NHK가 러일전쟁 영웅을 소재로 메이지 국운(國運)을 다룬 2년짜리 대하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을 시작한 데 이어 2010년 연중 대하드라마로 '료마전(傳)'을 준비해놓고 있다.

일본 서점가에도 '드라마 제대로 즐기기'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메이지유신과 청일 · 러일전쟁을 다룬 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의 원작은 모두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의 작품인데,이를 두고 불황시대의 우경화 조짐을 읽는 시각도 있다.

소설 때문에 영웅이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료마전'의 주인공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그렇다.

시코쿠 도사번(藩)의 하급 사무라이 출신인 그는 낭인 신분으로 유신주체세력인 사츠마번과 조슈번의 동맹을 만들고 이끌었지만,유신 직전 33세의 나이에 암살당하고 곧 잊혀졌다.

료마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러일전쟁 전야 황후의 꿈에 나타나 '내가 있는 한 일본 해군은 지지 않는다'고 했다는 신탁이 맞아떨어지자 해군의 수호신으로 추앙되면서였다. 그러나 그가 '일본 천년의 리더'라는 최고의 역사인물로 존경받게 된 것은 적어도 시바 료타로가 1966년에 완성한 장편소설 《료마가 간다(龍馬がゆく)》의 힘이 크다.

작가가 주목한 것은 료마의 신선한 발상과 계획성,격식에 구애되지 않는 자유와 불꽃처럼 살다 간 철저함이었다. 제목의 이미지처럼 비전을 위해 거칠 것 없이 나아가는 료마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매료됐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료마에 반해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하늘이 준 운명에 내 모든 것을 얼마나 불태웠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소설을 빼고 료마에 관한 책으로는 이번 《사카모토 료마 평전》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료마의 일대기에 꼼꼼한 연보 검증이 돋보인다.

료마 최대의 수수께끼인 '누가 료마를 죽였나'에 대해서는 막부의 순찰조대장 오가사와라와 행동대장 사사키 유사부로를 지목한다. 원제는 《坂本龍馬》,지난해 이와나미신서로 간행됐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