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화학 등 대형 블루칩들의 주가가 '두바이 쇼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외국인이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에서 7000억원 넘게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덕분이다. 이에 따라 두바이사태로 150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사흘 연속 상승하며 16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이탈 우려를 씻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보험 연기금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도 저가 매수에 가세하고 있어 우량 대형주 위주의 반등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이틀째 현 · 선물 순매수

코스피지수는 2일 21.91포인트(1.40%) 오른 1591.6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6일 불거진 두바이 사태 이후 1524.50까지 밀려났던 코스피지수는 심리선인 20일 이동평균선(1586)을 상향 돌파하며 16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이날 외국인은 지난달 19일(6771억원) 이후 가장 많은 377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고 선물 시장에서도 331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외국인은 이틀 동안에만 현 · 선물을 1조7102억원 순매수했다. 호조를 기록한 중국의 11월 제조업(PMI)지수 등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확인한 외국인이 단기 급락한 국내 증시에 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IT 자동차 철강 화학 금융 등 간판 블루칩들이 모두 올랐다. 삼성전자는 1.36% 오른 74만7000원으로 사흘째 상승했고 하이닉스는 6% 넘게 급등하면서 두바이 사태 이전 주가를 회복했다. LG전자(2.46%%) LG디스플레이(1.03%) 삼성전기(3.04%) 삼성SDI(5.66%) 등도 동반 상승했다.

현대차 역시 신차효과와 경기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사흘째 상승하며 두바이사태 이전 수준을 만회했다. 업황 우려로 부진했던 LG화학은 모처럼 4% 가까이 급등하며 두 달여 만에 22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포스코는 내년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1년 최고가를 경신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 호조와 글로벌 증시 강세로 자신감을 회복한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대형 블루칩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조 부장은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신규로 매수에 나선 것은 향후 국내 증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유동성 완화정책을 확대키로 하면서 풍부한 유동성에 대한 기대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저평가된 한국 시장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 상승 기대 커져

대형 블루칩들의 빠른 주가 회복으로 연말 장세의 불씨가 조심스레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되고 있어 연말 기관투자가들의 수익률 관리를 위한 '윈도 드레싱'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하면 국내 기관이 실질적으로 2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금이 이틀째 '사자' 우위를 보이는 등 이달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어 주요 타깃이 되는 대형주 위주로 수급 개선에 따른 연말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한 블루칩들은 실적 개선 기대가 여전해 연말로 갈수록 상승 탄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은 한 차례 조정을 통해 기술적 부담을 털어냈고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치도 유효한 상황이어서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내년 1분기까지 매출 및 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증시 주도력도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두바이 사태가 증시의 가격 바닥을 조기에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대형주들의 반등 흐름이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1630~1640선까지는 추가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김동윤/강지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