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A씨는 평소 불륜을 저지르던 남편을 미행해 불륜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창문을 연 채 성관계를 가지자 A씨는 다른 건물에서 캠코더로 촬영한 후 검찰에 고소하면서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그러나 "화면이 희미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최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례 2. 유부남인 B씨는 노래방 도우미로 만난 14세 연하 C씨와 교제하다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져 임신시켰다. 법원은 지난달 C씨에게 B씨와 결혼할 의사가 있고 간통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있는 점을 고려해 선고유예를,B씨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간통죄가 사문화돼 가고 있다. 법원이 '이부자리' 영역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데다 개인 사생활 보호가 우선시되면서 간통 증거를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간통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2004년 216명에서 2005년 105명,2006년 68명,2007년 47명,2008년 42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29명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간통죄로 구속된 인원도 2004년 569명에서 지난해 10명으로 급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1990년대 초만 해도 간통죄는 거의 무조건 구속이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불구속 기소를 하든가 약식기소를 한다"며 "위헌으로 결정난 혼인빙자간음죄처럼 '과연 국가가 관여할 문제냐'는 인식들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통죄는 두 사람이 합의 아래 맺은 성관계가 범죄 요건인 만큼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다. 더욱이 법원은 점차 사생활을 침해하는 증거 수집을 제한하는 추세다. 법원은 2007년 불륜 남녀의 성관계 신음소리를 몰래 녹음해 간통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신음소리 녹음은 사생활 침해가 심해 헌법의 비밀 · 자유 보호 원칙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률사무소 윈의 이인철 변호사는 "불륜 남녀가 모두 간통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현장을 덮쳐 성행위 사진을 찍거나 성행위 직후 휴지나 콘돔 등에서 확증을 채취해야 증거로 겨우 인정받는 정도"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형사법개정특위에서 간통죄 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현재로선 형법 개정 과정에서 간통죄를 삭제하거나 형량 감경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법무부 등과 함께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내놓은 형법 개정안에는 간통죄와 혼인빙자간음죄가 삭제되기도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