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70% 폭락 6-9개월내 현실화될 수도"

두바이의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가 최소 800억 달러의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한 가운데 두바이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맏형격인 아부 다비로부터 긴급구제 조치를 받게 되면 중동지역 금융허브의 꿈을 포기하고 본래 역할인 무역과 서비스 중심지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30일 지역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망했다.

통신은 스위스 최대금융그룹 UBS AG의 분석가 사우드 마수드와 이언 헤이 데이비슨 전 두바이금융서비스국(DFSA) 이사회 의장, 걸프연구소의 분석가 엑카트 워츠 등의 분석과 전망을 인용해 이같이 말하면서 두바이의 눈앞에 닥친 미래는 두바이의 채무상환 유예 요청에 채권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의 채무액이 1천억달러에 이르고 이중 악성 채무가 최대 250억달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인베스터 서비스는 보고 있다.

두바이 월드의 부동산개발 자회사인 나킬은 35억2천만 달러의 이슬람 채권 상환기일이 내달 14일 도래하는데 아부다비 중앙은행은 29일 자국과 외국은행들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나킬이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할 수 있도록 개입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아부 다비의 최우선 대책은 두바이 사태의 낙진이 자신들에게 떨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두바이의 무절제한 확장 정책을 억제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두바이 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선언 수일 전에 외채형 확장 정책에 중심 역할을 해온 3명의 참모를 강등시키고 두바이의 금융허브로 변신 추진을 주도했던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의 오바르 빈 술라이만 총재를 해임하기도 했다.

두바이가 아부 다비에 이같이 공개적으로 굴복함에 따라 아부 다비가 두바이에 더욱 적극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국제정치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이 예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아부 다비는 두바이 금융업체들 일부의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걸프연구소의 분석가 엑카트 워츠는 내다봤다.

아부 다비는 이르면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금융센터를 신축 중이며 이 건물에 아부 다비 증권거래소가 입주하게 된다.

"중동지역 서비스 센터로서 두바이는 일정한 역할을 유지하겠지만 뉴욕에 필적하는 중동지역 금융 센터로선 심대한 좌절을 맛보게 됐다"고 이언 헤이 데이비슨 전 DFSA 이사회 의장은 진단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30일 인터넷 판에서 두바이 월드 사태가 이미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 때부터 침체의 길을 걷고 있던 두바이 자산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데 분석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바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낳는 데 앞장섰던 암락과 탐윌 두 융자회사가 1년전 어려움에 처하자 합병을 선언했으나 아직 결말을 짓지 못한 채 담보대출 사업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신문은 두바이에서 앞으로 2년간 보수적으로 잡아도 4만채의 신축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어서 이것만으로도 이미 수요가 사라진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 악재인 상황에서 기존 주택의 25%가 빈 집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 두바이 요지에선 여전히 상업지에 대한 수요가 남아 있으나 주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 바닥을 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는 2011년 하반기에 두바이의 자산 가격이 70%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전망해온 UBS AG의 분석가 사우드 마수드는 29일 "사태가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전개된다면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폭락 사태가 앞당겨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