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한ㆍ미 FTA 해법, 포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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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만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다음과 같은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잘 나가는 것은 박수칠 일이나 국내외 언론들이 자꾸 대서특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 의회에서 하루 빨리 비준돼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이 생뚱맞지는 않다. 미 행정부와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정치적 압력 등 영향으로 양국 간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 차를 고작 7000대 수입해준다며 한 · 미 FTA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미 제조업의 간판인 '빅3' 자동차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정부 지원을 통해 파산보호 조치 신세를 졌다. 미국 자동차는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에 비해 디자인 연료효율 품질 등 경쟁력이 낮아 한국 판매시장에서 죽 쑤고 있다. 반면 현대 · 기아차는 미국에서 급부상하고 있으니 관련 보도가 상처난 미국의 자존심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이런 예민한 시기에 '빅3' 중 유일하게 독자생존하고 있는 포드의 회생 스토리가 미 현지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 폴 잉그래시아 월스트리트저널 디트로이트 지국장도 GM과 포드를 조목조목 비교분석했다.
쇠락하는 GM은 릭 왜고너 전 회장의 구 체제를 고집했다. 반면 포드는 최고사령탑에 보잉 출신인 앨런 멀레이를 과감히 영입했다. GM이 8개에 달한 자동차 브랜드로 백화점식 경영을 한 것과 달리 포드는 브랜드 라인업을 대폭 간소화했다.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무모하게 베팅했으나 포드의 자회사인 포드모터크레디트는 모든 자산을 본사 자구노력을 위한 자금 마련에 활용했다.
특히 포드는 GM과 차별화된 경영전략에 매진하는 가운데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포드 자동차 모델의 90%가 지난 10월 말 발표된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품질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는 UAW에 소속된 포드 노조의 행태다. 대표적 사례로 노조는 복잡한 일자리 분류규정을 개정,단순화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계고장으로 자동차 조립라인이 멈춰서는 경우다. 라인 근처에 있는 직원이 손쉽게 고칠 수 있을 때에도 노사합의 규정상 정비 전문직으로 분류된 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포드는 UAW와 일자리 분류없는 멕시코 공장에서 '퓨전' 모델을 생산한다. 컨슈머리포트는 '퓨전'의 품질이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모델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산업발전 역사의 큰 물줄기를 주도한 주인공은 포드차였다. 창립자인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조립생산라인 시스템으로 '포디즘(Fordism)' 신화를 낳았다. 전 세계 모든 제조업계를 대량 생산 시대로 도약케 한 혁신의 기수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은 턴어라운드하는 포드의 빛과 그림자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고,한 · 미 자동차 교역이 균형을 이루는 진정한 해법은 바로 거기에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이 생뚱맞지는 않다. 미 행정부와 민주당 의원 대다수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정치적 압력 등 영향으로 양국 간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 차를 고작 7000대 수입해준다며 한 · 미 FTA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미 제조업의 간판인 '빅3' 자동차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정부 지원을 통해 파산보호 조치 신세를 졌다. 미국 자동차는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에 비해 디자인 연료효율 품질 등 경쟁력이 낮아 한국 판매시장에서 죽 쑤고 있다. 반면 현대 · 기아차는 미국에서 급부상하고 있으니 관련 보도가 상처난 미국의 자존심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이런 예민한 시기에 '빅3' 중 유일하게 독자생존하고 있는 포드의 회생 스토리가 미 현지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 폴 잉그래시아 월스트리트저널 디트로이트 지국장도 GM과 포드를 조목조목 비교분석했다.
쇠락하는 GM은 릭 왜고너 전 회장의 구 체제를 고집했다. 반면 포드는 최고사령탑에 보잉 출신인 앨런 멀레이를 과감히 영입했다. GM이 8개에 달한 자동차 브랜드로 백화점식 경영을 한 것과 달리 포드는 브랜드 라인업을 대폭 간소화했다.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무모하게 베팅했으나 포드의 자회사인 포드모터크레디트는 모든 자산을 본사 자구노력을 위한 자금 마련에 활용했다.
특히 포드는 GM과 차별화된 경영전략에 매진하는 가운데 품질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포드 자동차 모델의 90%가 지난 10월 말 발표된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품질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는 UAW에 소속된 포드 노조의 행태다. 대표적 사례로 노조는 복잡한 일자리 분류규정을 개정,단순화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계고장으로 자동차 조립라인이 멈춰서는 경우다. 라인 근처에 있는 직원이 손쉽게 고칠 수 있을 때에도 노사합의 규정상 정비 전문직으로 분류된 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포드는 UAW와 일자리 분류없는 멕시코 공장에서 '퓨전' 모델을 생산한다. 컨슈머리포트는 '퓨전'의 품질이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모델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산업발전 역사의 큰 물줄기를 주도한 주인공은 포드차였다. 창립자인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조립생산라인 시스템으로 '포디즘(Fordism)' 신화를 낳았다. 전 세계 모든 제조업계를 대량 생산 시대로 도약케 한 혁신의 기수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은 턴어라운드하는 포드의 빛과 그림자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키고,한 · 미 자동차 교역이 균형을 이루는 진정한 해법은 바로 거기에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