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포스코를 마주하고 있는 공단 부지면적 495만㎡인 율촌 제1지방 산업단지는 마무리 조성공사와 공장건축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단지 내 도로는 구불구불한 임시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가로등 시설도 제대로 안 돼 밤이면 몇m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하다. 몇몇 입주 예정기업들은 공장을 짓기 위해 철골조 작업이 한창이다. 아직까지 산업단지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곳에 현대하이스코에 이어 두 번째로 입주한 삼우중공업(대표 정병주)의 생산현장은 철판을 내리고 이동시킬 때 나는 덜커덩 소리와 용접할 때 튀는 불꽃으로 연일 쉴 틈이 없다. 공장에 붙은 부두 야적장에서는 웅장한 크레인이 연신 철판을 내리고 있다. 43만㎡의 부지에 들어선 4개 공장동에서는 800여명의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지 구입과 설비 도입 등에 모두 3000억원이 투입됐다.

정 대표는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조선사들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면서 주문물량도 늘어 지난 10월부터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지 5개월밖에 안됐지만 생산시설과 생산능력, 안전성 등을 거래 업체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의 조선업종 불황을 삼우중공업만큼은 비켜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컨테이너를 보호하거나 쌓는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컨테이너선용 해치커버(hatch cover)와 선박용 블록,화물선 · 유조선 · 컨테이너선 등 상선에 들어가는 선실용 데크하우스(deck house) 등을 생산한다.

2007년 11월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돼 2년밖에 안 된 신생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조선부품 업체와 달리 일관생산체제를 갖췄다는 것을 최대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업체들은 공장부지가 작아 제품 생산과정에서 각각의 공정을 거칠 때마다 선박이나 자동차를 이용해 다른 지역에 있는 협력업체의 공장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삼우중공업은 한 공장 안에서 전 과정을 처리한다. 길이 355m짜리 전용부두에서 바로 원자재를 하역한 뒤 녹을 제거하고 코팅하는 전처리 과정에서부터 절단 생산 도장 출하까지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일관생산을 하고 있다. 한상국 부사장은 "생산원가를 20~30% 절약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현재는 후판의 폭을 4.2m까지만 작업을 하지만 내년부터 포스코에서 출하되는 5.3m의 광폭 후판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도 이미 갖춰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내년 초 신규 인력 200여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또 700억여원을 투자해 생산설비 증설은 물론 600~800t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을 도입해 대형선박 구조물 제작과 고부가가치 사업인 해양플랜트시장에도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올해 250억원 선의 매출액을 2015년 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정 대표는 "'꿈과 열정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뤄진다'는 평소의 신념으로 전문기술을 축적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높여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1982년 삼우정공을 창업해 굴삭기 등 중장비에 들어가는 볼트 너트와 LNG선의 2차 방벽을 고정하는 시큐어링 디바이스를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연간 3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키워왔다.

여수=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