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숫자나 데이터,이론도 필요하지만 발은 언제나 현장에 붙어 있어야 한다. " 일본 현장주의 경영자인 다카하라 게이치로의 주장이다. 즉 현장에서 인간의 체온이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현장주의자로 유명하다. 허름한 점퍼 차림에 국민들의 애환이 서린 현장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지진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을 위로하거나,하루 늦게 도착한 탄광사고 현장에서는 "너무 늦게 와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진정어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중국 관료 중 보기 드물게 팬클럽사이트를 갖고 있다.

필자 역시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현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업현장에서의 어려운 점을 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한 달에 대여섯 차례 현장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관료 중에도 현장을 중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그 중 한 명이다. 취임 후 1년 만에 175개 시 · 군의 농어촌을 방문했다니 대단한 현장광(現場狂)이 아닐 수 없다. 언제나 점퍼 차림의 그는 현장에서 스스럼없이 농어민의 궂은 손을 잡아주고,굽은 허리를 부둥켜안기도 한다. 고된 삶의 애환을 경청하기도 하고,더러는 성난 얼굴을 마주 대하기도 한다.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광우병 문제와 촛불시위,멜라민 파동 등으로 농식품부에 대한 국민인식이나 농어민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농어민과 부대끼며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녹아들며 농심에 변화를 가져오고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식품산업 정책이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며 중소기업도 농업정책의 대상이 됐다. 우리 식품과 중소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의 막걸리와 치킨이 좋은 예다.

농림수산식품부의'식품 100억달러 수출전략'이 중소기업에도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길 바란다. 반도체시장의 16배에 달하는 글로벌 식품시장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장 장관의 행보가 농업 현장뿐만 아니라 우리 중소기업에까지 확대돼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문 < 중소기업중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