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에서 휴대폰 카메라 모듈 영업을 담당하는 김기목 대리는 지난달 임직원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제목은 '요한아,이제 아프지 말고 편하게 앉자'.삼성사회봉사단이 뇌병변 장애로 말을 할 수도,움직일 수도 없는 16세 소년 김요한군의 사연을 올린 글이었다.

김 대리는 급여공제항목에서 즉시 요한이 앞으로 1만원을 기부했다. 요한이에게 휠체어를 사주자는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임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면서 삼성전기는 이달 초 요한이에게 새 휠체어를 선물했다. 삼성전기가 사회공헌활동으로 벌이고 있는 '희망날개 캠페인'의 개가였다. 희망날개 캠페인은 임직원들이 지원 대상자를 직접 선정해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는 게 특징이다.

◆사내 인터넷 게시판의 힘

요한이는 뇌병변 장애 1급이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목을 가누지도,밥을 먹지도 못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휠체어였다. 다른 사람이 쓰다 버린,몸에 맞지 않은 휠체어를 쓰다 보니 몸이 앞으로 쏠리기 일쑤였다. 팔에 힘이 부족해 밑으로 떨궈지는 손은 휠체어 바퀴에 끼기 일쑤였다. 목 부위도 욕창 투성이였다. 휠체어의 머리 받침대가 없어 임시변통으로 자동차의 목 받침대를 끼웠던 탓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요한이네 집 형편으로는 정부지원금을 받는다 해도,150만원이 넘는 맞춤형 휠체어를 살 비용을 마련할 수 없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요한이의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김기목 대리에 의해 요한이는 희망날개 캠페인 지원자로 선정됐다. 김 대리가 1만원을 기부하면서 남긴 '얼굴이 천사같네요. 힘들어도 항상 웃으며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메모도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덕분에 요한이는 새 맞춤형 휠체어를 타게 됐다. 몸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머리 받침대도 있는 제품이다. 바퀴가 작아져 손가락도 끼지 않는다.

◆"새 휠체어 타고 야외수업 가요"

지난 23일 오전 10시.경기도 성남혜은학교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로 뛰어가는 학생들 뒤로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이동하는 요한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반 친구 경순이가 요한이에게 쉴 새 없이 말을 붙인다. 요한이는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번 시간은 에어로빅.TV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6명의 1학년1반 학생들이 춤을 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요한이는 휠체어에 몸을 고정시킨 채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박자를 맞춘다.

"교사 생활 중에 봤던 학생들 중 가장 장애 정도가 심하지만 웃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해맑은 아이예요. 그 웃음을 지켜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 담임선생님 양병련씨는 "새 휠체어 덕분에 요한이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던 에어로빅과 야외활동이 한층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소액기부 문화 확산시킬 것

양씨는 요한이가 새 휠체어를 구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재단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희망날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기에 사연을 전달했고,이 회사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요한이에게 새 휠체어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 그는 "요한이네 부모님도 휠체어 기증식 때 아이처럼 좋아했다"며 "더 많은 장애학생들이 요한이와 같은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2005년부터 백혈병 환아,불우이웃,난치병 환자들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세 가지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김기목 대리와 같은 온라인 소액 기부다. 올해 희망날개 캠페인을 위해 모인 예산 1817만원 중 1130만원을 이 방법으로 모았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사원,대리급 직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사연을 읽고 기부를 결정하는데 익숙하다"며 "일정액을 기부하면 봉사실적으로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모금활동도 진행했다. 구내식당 등 임직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사연이 적힌 게시물과 모금함을 설치했다. 신청서를 통한 정기 후원 신청도 받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희망날개 캠페인을 더욱 확산시켜 요한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김지현 인턴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