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펀드 관련 세제가 확 바뀜에 따라 투자전략을 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세제 변경안은 아직 국회에서 확정되진 않았지만,기획재정부가 만든 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인 것이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가 올 연말 종료되는 것이고 이 같은 방침은 거의 확정됐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국내 회사채펀드에 3년 이상 장기 가입해도 소득공제와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이 은행 창구나 증권사 지점에서 가입하는 공모펀드가 자금운용을 위해 주식을 거래할 때 면제되던 증권거래세도 내야 한다. 다만 소득공제와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조항의 올연말 일몰이 예정됐던 장기주택마련펀드는 2012년까지 세제혜택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내가입 시 세제혜택 받는 펀드 주목

비과세혜택이 대거 종료되지만 올 연말까지 가입할 경우 세제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는 펀드도 상당수다. 내년부터 사라지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국내 회사채펀드에 3년 이상 가입할 경우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연말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해 3년 이상 적립식으로 유지하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정은 대우증권 세무사는 "적립식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펀드에 분기마다 최소 한 번씩 일정액을 납입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연말에 적립식으로 가입한 투자자라도 내년 1분기에 자금을 넣지 않으면 세제혜택을 못 받는다"고 설명했다. 소득공제 비율은 올해 납입금의 20%,내년 10%,3년차 5%다. 장기 회사채펀드도 거치식으로 올해 말까지 가입하면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들은 고수익 · 고위험 펀드를 연말까지 가입하면 유리하다. 고수익 · 고위험 펀드는 신용등급 'BB+'이하인 투기등급 회사채에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로,투자 수익이 종합과세에서 분리된다. 따라서 이 펀드에 올 연말까지 가입하면 내년에도 금융소득에 합산되지 않고 수익의 5.5%(소득세 · 주민세)만 내면 된다.

김정은 세무사는 "고수익고위험펀드의 세제 혜택은 한 펀드에 1억원으로 제한돼 있지만,연말까지 여러 펀드에 자금을 나눠 넣을 경우 모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최소 투자기간이 1년이고 세제혜택 기간이 최대 3년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펀드는 브릭스 지역에 집중



해외펀드에서 발생한 평가차익을 비과세 해주던 혜택이 올 연말로 종료된다. 현재 국내에서 설정된 54조원 이상의 해외 주식형펀드가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내년부터 해외펀드에 가입해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국내 펀드와 동일하게 이익금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미 해외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투자자들에 대한 세금부과기준은 올해 말 기준가가 잣대가 된다. 다만 손해를 보고 있는 해외펀드 가입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올 연말에도 여전히 손실 국면에 있을 경우 내년 말까지는 원금 수준을 회복한 부분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 중에서 유망하지 않은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원금을 회복했다면 환매해 세금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미국 서유럽 등 선진국펀드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브라질 러시아 중국 원자재 등 내년에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들 펀드는 세금부과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계속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많다. 실제 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는 올 들어서 110% 이상 올라 이른바 '더블'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반적인 수익률 하락은 감안해야

바뀐 세제안이 시행되면 펀드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해외펀드의 과세로 실제 투자자들이 손에 쥐는 수익은 기존보다 15.4%포인트 정도 하락하게 된다. 또 공모펀드의 주식거래에도 증권거래세를 물리기 때문에 연 0.6%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증권거래세가 매도금액의 0.3%이고,공모펀드 회전율이 평균 200% 정도라고 보고 산정한 수치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회전율이 높은 성장형 펀드보다 한국밸류10년투자,신영마라톤 펀드 등 연간 회전율이 50%를 밑도는 가치주펀드들의 수익률 하락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덱스펀드도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모펀드로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 데다 파생상품거래세의 신설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파생상품거래세 부과 문제는 국회 의결을 앞두고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등에서 잇따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