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 사 · 정 6자회의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복수노조 및 전임자 임금 문제' 해법이 어떤 식으로 결정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타협에 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 22일 대표급 회의에서 입장 차이만 확인한 데 이어 23일 부대표급 회의에서도 설전만 벌였다.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부대표급 회의에서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계는 "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충당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 만큼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노 · 사 · 정 모두 6자회의 결렬 이후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끝까지 고수하고,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22일 대표급 회의가 끝난 뒤 "정부가 회의에서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고 기존 주장만 되풀이한다면 총파업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그러나 "정부가 6자회의에 참석한 이상 25일까지 어느 정도의 변화는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도 반대하지만,복수노조 허용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복수노조가 도입돼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경우 그동안 강경 투쟁 노선을 걸어온 민주노총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면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허용에 껄끄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 그렇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 분열이 불가피해 현장 노조 간부들은 반대하고 있지만,단결권을 주장하는 노동운동 근본주의자들은 '해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3노총 추진 세력들도 복수노조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계 대표인 한국경총과 대한상의도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노조설립 요건 강화와 일정 규모의 교섭단위 설정이 전제된다면 검토해볼 수 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시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임자 임금 지급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라는 종전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전임자 임금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 사 · 정 공익위원들이 마련한 타임오프제를 토대로 인사 · 노무 관련 업무나 단체협상,산업안전보건 업무,고충처리 업무 등을 수행할 경우 유급 근로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또 전임자 임금 문제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두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노사 양측이 어느 정도 양보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서도 노 · 사 · 정 3자의 입장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실무자급 회의에서 처음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과반수 대표제로 하되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공동교섭을 벌이자는 방안이다. 공동교섭이란 노조원 수에 따라 교섭대표 수를 정하는 비례대표제 형식이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를 노사 자율에 맡기라는 노동계의 의견에 한발짝 다가섰지만 노동계는 거부하고 있다.

재계도 그동안 주장해온 배타적 교섭권과는 거리가 멀다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투표를 통해 대표를 뽑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