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당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민주공화당은 17년 6개월 동안 존속해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졌지만 현존하는 정당들의 평균 수명은 4년 3개월 정도다. 지난 21일로 창당 12주년을 맞은 한나라당이 최장수 정당이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저서를 통해 "한국 정당들의 수명은 포장마차 수명보다 짧다"고 지적했다. '헤쳐모여식' 창당을 반복하는 한국 정당의 짧은 수명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포장마차 정당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전직 두 대통령의 뜻을 받든다며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현 민주당의 뿌리라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교수들은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체제가 출범한 2008년 초 통합민주당을 현 민주당의 출발점으로 꼽았다. 좀더 길게 봐도 대통합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한 2007년 8월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7년에만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등 같은 뿌리의 당이 4개나 됐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심지어 신민당 이전의 자유당 시절까지를 민주당의 큰 연장선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로 현 민주당의 역사를 50년이라고 봐줄 수는 없다"며 "민주당의 역사는 냉정하게 얘기해서 3년"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12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보수정당이라는 이념적 정치색을 부각시킨 덕"이라며 "반면에 열린우리당이 같은 시기에 한나라당과 분명하게 대비되는 진보적 색채가 뚜렷한 정체성을 갖추지 못한 건 우리 정당정치가 부실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당의 짧은 역사는 인물 위주의 '이합집산식' 창당에서 기인한다"고도 했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의 12년 수명은 평가할 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의 역사가 짧았던 건 인물 중심으로 결집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친이,친박의 내부적 갈등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이 깨지지 않은 건 좋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