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주가예측 '무용론' 속 주목받는 新예측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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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경기 및 주가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기와 주가가 연초 비관적인 전망에 비해 좋았던데 따라 내년에는 오히려 '낙관론의 위기'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그 다음에는 또 다른 흥분상태로 흘러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연초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올해 선진국 증시는 평균 50%,신흥국 증시는 80%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주가가 더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관론이 예측기관과 증권사에서도 계속 제기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예측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예측력을 평가하는 통계기법중의 하나인 절대오차(예측치-실적치)율을 구해보면 예측기관과 증권사별로 평균 40%가 넘어서 안내판 역할에 필요한 최대허용오차율인 30%를 벗어났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모든 예측을 하는 데에 있어 '최근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측자의 행태상 20년 전보다 10년 전,10년 전보다 전년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세가 바뀌거나 이번 금융위기처럼 이전에 비슷한 사건이 없을 때에는 예측은 크게 틀리게 마련이라는 게 정설이다.
올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예측이 틀린 것도 지난해 금융위기로 워낙 경기가 안좋았기 때문에 너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흔히 좋을 때는 앞날을 너무 좋게 보고,나쁠 때는 더 나쁘게 보는 것을 '냄비 예측' 또는 '천수답 예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올해 예측이 모두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이번 위기과정에서 새로운 경기진단 방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Composite Leading Index)는 올 2분기가 저점이라고 예측했고 정확히 들어맞았다. OECD가 매월 발표하는 이 지수는 성장순환에서 전환점들에 대한 조기 신호들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취약지수(CVI: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도 올해 경기가 침체보다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찍부터 예고했다. 이 지수는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된 것으로 종전의 경기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과 정책 기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한 나라의 경제와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델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그동안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경기와 주가 예측,특히 주가 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자주 노출돼 왔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증시 입장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와 증시의 복잡성은 대부분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진단과 예측이 정확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었다.
ECRI의 경제 사이클 모델을 보면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을 예의주시하고 다양한 지표를 통해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형성되는 방향성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제의 복잡성에서 유발되는 뉘앙스나 추세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최선이자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무용하다고 일축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정확한 경기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최근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각국과 예측기관, 그리고 금융사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진단과 예측기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일각에서는 올해 경기와 주가가 연초 비관적인 전망에 비해 좋았던데 따라 내년에는 오히려 '낙관론의 위기'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 탄생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과거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그 다음에는 또 다른 흥분상태로 흘러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연초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올해 선진국 증시는 평균 50%,신흥국 증시는 80% 정도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도 '주가가 더 하락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관론이 예측기관과 증권사에서도 계속 제기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 예측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예측력을 평가하는 통계기법중의 하나인 절대오차(예측치-실적치)율을 구해보면 예측기관과 증권사별로 평균 40%가 넘어서 안내판 역할에 필요한 최대허용오차율인 30%를 벗어났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모든 예측을 하는 데에 있어 '최근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측자의 행태상 20년 전보다 10년 전,10년 전보다 전년의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세가 바뀌거나 이번 금융위기처럼 이전에 비슷한 사건이 없을 때에는 예측은 크게 틀리게 마련이라는 게 정설이다.
올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예측이 틀린 것도 지난해 금융위기로 워낙 경기가 안좋았기 때문에 너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흔히 좋을 때는 앞날을 너무 좋게 보고,나쁠 때는 더 나쁘게 보는 것을 '냄비 예측' 또는 '천수답 예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올해 예측이 모두 틀렸던 것만은 아니다. 이번 위기과정에서 새로운 경기진단 방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표(CLI:Composite Leading Index)는 올 2분기가 저점이라고 예측했고 정확히 들어맞았다. OECD가 매월 발표하는 이 지수는 성장순환에서 전환점들에 대한 조기 신호들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업취약지수(CVI: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도 올해 경기가 침체보다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찍부터 예고했다. 이 지수는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된 것으로 종전의 경기판단 방법이 경제 상황과 정책 기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한 나라의 경제와 증시는 고도의 복합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지나간 과거를 토대로 예측모델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델은 현실세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주가 변동을 유발하는 복합변수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
그동안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의 경기와 주가 예측,특히 주가 예측을 되돌아보면 이런 모델들의 비효율성이 자주 노출돼 왔다. 정작 예측이 필요할 때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증시 입장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주가의 방향이 바뀌고 있거나 게임의 규칙이 변한 뒤에야 비로소 터닝 포인트를 알린다고 요란을 떠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와 증시의 복잡성은 대부분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이 의존하는 것처럼 불과 몇 개의 선행지표로 포착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경제 사이클 연구소(ECRI: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예측모델이 이 분야에서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 정도로 경기진단과 예측이 정확했던 것은 바로 '경제 사이클 큐브'라는 다차원적인 모델 덕분이었다.
ECRI의 경제 사이클 모델을 보면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을 예의주시하고 다양한 지표를 통해 경제의 모든 측면에서 형성되는 방향성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경제의 복잡성에서 유발되는 뉘앙스나 추세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최선이자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무용하다고 일축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때일수록 정확한 경기 진단과 예측이 요구된다. 국내 예측기관과 증권사들은 최근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각국과 예측기관, 그리고 금융사들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 진단과 예측기법을 고안해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