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나영씨(33)는 주말에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를 자주 찾는다. 평일엔 업무상 미팅차 이곳에 오지만,주말엔 소개팅을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호텔 커피숍은 '맞선 장소'라는 이미지가 굳어 있어 부담스럽지만 이곳은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식사부터 커피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요즘 뜨는 '소개팅 명소'는 어디일까. 서울 강북에서는 광화문에 있는 오피스빌딩 '서울 파이낸스센터'의 지하 1~2층 아케이드가 대표적이다. 강남은 다양한 먹을거리가 밀집된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인근 레스토랑 등이 각광받는다. 소개팅 손님들은 비교적 비싼 메뉴를 주문하는 데다 식사만 하고 가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 업주들 사이에선 '귀빈'으로 통한다.

파이낸스센터의 식당들은 '주중 접대용'이란 인식이 강해 주말 장사가 신통치 않았으나,최근 소개팅족(族)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인당 객단가가 2만원대로 주변 특급호텔들에 비해 저렴하면서 레스토랑 17곳,커피숍 8곳이 있어 메뉴 선택폭도 넓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일요일엔 종일 주차비가 2000원에 불과한 것도 장점이다.

파이낸스센터 레스토랑 '마이엑스와이프 씨크릿레시피'의 최천욱 사장은 "토요일 저녁 6시대가 가장 붐비는데 40%가 소개팅 손님"이라며 "평일 단골 손님이 주말에는 소개팅하러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레더라스위스 초콜릿카페'의 오경미 점장은 "지난여름부터는 주말 매출이 평일의 80% 정도까지 오른다"며 "강남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소개팅 손님도 많다"고 설명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아담한 카페 '오시정'은 '조명빨'을 잘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갤러리형 레스토랑 '까사보니따'는 2층 창가에 '러버스 발코니'라는 커플전용 방을 만들어 이니셜을 새긴 케이크와 장미꽃 등을 10만원에 제공한다. 최창훈 사장은 "러버스 발코니 이벤트는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라며 "매달 신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이를 감상하며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김기정 인턴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