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부동산 시장보다는 주식 시장에 더 관심을 두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한용흠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은 최근 고객들에게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1600대에서 움직이는 코스피지수가 내년에는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4.88인 데 비해 우리나라 시장의 PER는 10.79"라며 "그만큼 코스피지수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PER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기업의 수익력에 비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음을 뜻하고,낮으면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그만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 센터장은 "각 금융사들이 내놓은 내년 주가 전망치를 분석해보면 최고 1800~200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곳이 많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33%에 달하고 경기 상황도 좋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는 것도 국내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요인"이라며 "미국에서 저금리로 달러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자금이 많아지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 자금이 어느 정도 더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센터장은 "금리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언제일지도 중요하다"며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금리를 더 많이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이나 펀드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며 "당장 많은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시장에 발을 담그면서 타이밍을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 센터장은 "금리 인상을 비롯한 출구 전략,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압구정 인근 지역만 하더라도 상가들의 공실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임대 수익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처분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 센터장은 "고액 자산가 고객 중에서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며 "7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는 고객이 지난해부터 부동산 투자를 고려했으나 살 만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 같지도 않자 최근 포기하고 3개월 만기 단기 금융상품 등에 돈을 넣어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아파트나 상가보다는 토지 쪽을 권하고 싶은데 이미 쓸 만한 토지는 매매가 안 이뤄지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센터장은 "내년도 포트폴리오를 짤 때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비중을 알맞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50%는 3개월 만기 정기예금이나 세금우대 상품 등 안전자산에 넣어두고 30%는 국내 주식형 펀드나 국내 주식에,10%는 브릭스 등 해외 펀드,10%는 해외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해외 펀드의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내 펀드의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중국의 경우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회복할 것으로 보이고 브라질,러시아 등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해외 펀드 비중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는 대안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금,광물,원유 등에 대한 대안투자는 앞으로도 어느 정도 각광받을 것으로 본다"며 "달러 약세,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 등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게 실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인도 등이 앞다퉈 금,광물 등을 사모으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앞으로 가격이 오를 요인은 충분하다"며 "원금보장형 펀드 등을 통해 투자 비중을 알맞게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한 센터장은 PB로서 고객 이익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재정경제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행내에서도 PB 우수상을 세 번 받았다. 그는 "워런 버핏이 말한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는 것"이라며 "투자할 때 무리하게 많이 벌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잘 지키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투자 자세"라고 말했다.

글=이태훈/사진=강은구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