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다음 달 8일로 정해짐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어온 북 · 미 양자대화가 이뤄지게 됐다. 북한이 줄곧 요구한 미국과의 양자대화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해결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 특사의 북한행은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담판을 벌인 이후 7년 만이다.

◆북핵 돌파구 찾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진지하게 핵문제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자신의 약속을 이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행을 발표했다. 그는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은 북한과 역내를 불안하게 하는 반면，한반도의 평화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이뤄질 협상은 북한과 역내에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공식화했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의 (대북)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한 것은 과거 북한이 핵폐기 최종 단계에서 몇 번씩 틀었던 전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6자회담 복귀와 함께 핵 포기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이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결과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밝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에 응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 미 공조 이상없다

양국 정상은 이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비록 '그랜드 바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한 · 미 양국은 공동 접근 방식에 완전히 의견이 일치한다"며 "북핵 6자 프로세스에 대해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핵무기 해결책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양국은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데 만족을 표하고 6자회담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핵 폐기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지난 9월 제시한 그랜드 바겐，즉 일괄 타결 방안에 오바마 대통령이 전적으로 공감했고 구체적 내용과 추진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과의 핵 협상이 시간이 걸리고 어렵지만 반드시 이뤄야 하고 또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장성호/홍영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