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은 귀찮은 존재 아닌 내 福을 일구는 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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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법문집 '한 사람은…' 출간
"제가 좋아하는 영어 문장에 'One for All,All for One'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의미로 <화엄경> 법성게에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가르침입니다.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하고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곧 진정한 깨달음이고 진리의 세계입니다. "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메시지를 글로 전해온 법정(法頂 · 77 · 사진) 스님은 2002년 2월 서울 성북동 길상사 정기법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도,보살도 할 일이 없으므로 존재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이웃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내 복을 일구는 밭이라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두 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모두는 한 사람을》(문학의숲 펴냄)에는 이 같은 삶의 지혜와 가르침이 가득하다. 이번 법문집은 지난 5월 말 출간돼 이달 초까지 13만부가 팔린 첫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의 후속편이자 완결편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법정 스님이 지난 5월 길상사에서 했던 부처님오신날 법문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1992년 약수암 초청법회 법문까지 17년 간 했던 35편의 맑은 법문을 담았다.
"나 자신을 위해 수행한다면 그것은 반쪽 수행입니다. 타인에 대한 보살핌이 동시에 따라야 합니다. …깨달았다고 해서 혼자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깨달은 자가 아닙니다.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이 한 일이고 예수님이 한 일입니다. 노자와 장자,성 프란체스코와 수많은 성인들이 한 일입니다. "
2002년 11월 동안거 결제(시작) 때 법문에선 이같이 설파했다. 지혜와 자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진정으로 지혜를 체험했다면 그것이 자비로 전환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매 순간 물음을 지녀야 한다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자기 몫의 생을 아무렇게 소비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라고 주문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룬 인도 보드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았지만 싯다르타만이 그 자리에서 부처가 됐다. 맑은 마음으로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면 우리가 머무는 그 자리가 바로 성스러운 자리요 금강보좌(金剛寶座)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법문에서는 "어떤 사람이 내 가사 자락을 붙들고 내 발자취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할지라도 만약 그가 욕망을 품고 조그만 일에 화를 내며 그릇된 소견에 빠져 있다면 그는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실천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법문 이후 건강 상의 이유로 대중법문을 하지 않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건강은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으나 기관지 계통이 좋지 않아서 이번 겨울은 강원도 오두막을 떠나 제주도에서 보내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법문집을 엮은 덕인 · 덕현 · 덕진 스님과 시인 류시화씨는 머리말에서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그 사자후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어떻게 할까. 법정 스님은 이런 때를 대비해 법문 끝머리에 "나머지 이야기는 피어나는 저 나무와 꽃들에게서 들으라"고 자주 말했다. 무상 속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과 현상들이 매 순간 우리에게 전하는 진리의 소리를 '귓속의 귀'로 들어보라는 얘기다. 372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메시지를 글로 전해온 법정(法頂 · 77 · 사진) 스님은 2002년 2월 서울 성북동 길상사 정기법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생이 없으면 부처도,보살도 할 일이 없으므로 존재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이웃은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내 복을 일구는 밭이라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두 번째 법문집 《한 사람은 모두를,모두는 한 사람을》(문학의숲 펴냄)에는 이 같은 삶의 지혜와 가르침이 가득하다. 이번 법문집은 지난 5월 말 출간돼 이달 초까지 13만부가 팔린 첫 법문집 '일기일회(一期一會)'의 후속편이자 완결편이라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법정 스님이 지난 5월 길상사에서 했던 부처님오신날 법문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1992년 약수암 초청법회 법문까지 17년 간 했던 35편의 맑은 법문을 담았다.
"나 자신을 위해 수행한다면 그것은 반쪽 수행입니다. 타인에 대한 보살핌이 동시에 따라야 합니다. …깨달았다고 해서 혼자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깨달은 자가 아닙니다. 그 향기가 바람에 날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이 한 일이고 예수님이 한 일입니다. 노자와 장자,성 프란체스코와 수많은 성인들이 한 일입니다. "
2002년 11월 동안거 결제(시작) 때 법문에선 이같이 설파했다. 지혜와 자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진정으로 지혜를 체험했다면 그것이 자비로 전환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매 순간 물음을 지녀야 한다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자기 몫의 생을 아무렇게 소비하고 있지 않은지 돌이켜보라고 주문한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이룬 인도 보드가야의 보리수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았지만 싯다르타만이 그 자리에서 부처가 됐다. 맑은 마음으로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면 우리가 머무는 그 자리가 바로 성스러운 자리요 금강보좌(金剛寶座)라는 것이다.
지난 5월 법문에서는 "어떤 사람이 내 가사 자락을 붙들고 내 발자취를 그림자처럼 따른다 할지라도 만약 그가 욕망을 품고 조그만 일에 화를 내며 그릇된 소견에 빠져 있다면 그는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실천을 강조했다.
법정 스님은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법문 이후 건강 상의 이유로 대중법문을 하지 않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건강은 전반적으로 많이 좋아졌으나 기관지 계통이 좋지 않아서 이번 겨울은 강원도 오두막을 떠나 제주도에서 보내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법문집을 엮은 덕인 · 덕현 · 덕진 스님과 시인 류시화씨는 머리말에서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면 그 사자후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어떻게 할까. 법정 스님은 이런 때를 대비해 법문 끝머리에 "나머지 이야기는 피어나는 저 나무와 꽃들에게서 들으라"고 자주 말했다. 무상 속에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과 현상들이 매 순간 우리에게 전하는 진리의 소리를 '귓속의 귀'로 들어보라는 얘기다. 372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