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많이 비싸졌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 많을 줄 압니다.

오늘은 염치 불구하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주장을 하나 해 볼까 합니다.

기름값이 과연 비싸다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인데요.

기름값이 그동안 꾸준히 오른 건 맞습니다.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2004년 리터당 1365원이던 것이 2005년 1432원, 2006년 1492원, 2007년 1525원, 2008년 1692원.



그런데 나열된 수치에서 1차적으로 발견되는 사실.

기름값이 생각보다 얼마 안 올랐다는 건데요.

연 2~4%씩 올랐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년 대비로 5% 넘게 오른 해는 골드만삭스가 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갈 거라고 헛소리하던 2008년(10.8%) 뿐입니다.

2009년 들어서는 휘발유값이 아직 작년 수준을 못 넘고 있습니다.

2007~2009년의 연 평균으로 보면 상승률이 5%를 안 넘는 거죠.

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될 게 자동차 구매 행태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승용차 판매량 중 중형차(배기량 1500~1999c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2.9%에서 2005년 24.7%, 2006년 27.6%.

그러다가 2007년과 2008년에는 25%대로 조금 꺾였고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22.1%로 낮아져 2004년 수준이 됐죠.

대형차(2000cc 이상)를 볼까요.

2004년 11.0%에서 2005년 15.3%, 2006년 15.8%.

2007년에 14.9%로 떨어졌고 2008년과 2009년 다시 15%대로 올랐습니다.

물론 경차(1000cc 미만)와 소형차(1000~1499cc)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확실히 1500cc 미만 계층에서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형차와 대형차 판매 추세로 본 휘발유의 실질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 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의 에릭 매스킨 교수라는 분이 있는데요.

이번 학기 연세대학교에 와서 강의를 하고 있죠.

이 분이 얼마 전에 연세대 정갑영 교수하고 대담을 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난 기름값이 오르는 걸 건강한 신호라고 본다. 3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름값이 올라야 대체 에너지를 개발한다...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고...”

우선 이 분은 환경운동가가 아니고 2007년에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은 경제학자라는 것, 혹시나 해서 강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매스킨 교수는 탄소세를 부과해서 기름값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밝히셨는데요.

1년에 석유 9억배럴 수입하는 나라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만 올라도 무역수지 90억달러 깨진다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겠죠.

경차나 소형차 타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으면서 9억배럴인데, 90억달러인데 하면서 발 동동 군다는 건 참 한심한 일이고요.

그랜저 탈 거 쏘나타 타고 쏘나타 탈 거 아반떼 타면 기름값 20% 올라도 간단하게 커버가 되는데 기름값 비싸다는 이 나라는 그랜저 타도 뻘쭘하죠.

작년 여름 휘발유값 리터당 2000원 넘을 때 기억나십니까.

서울시내 한적하고 좋았습니다.

차를 안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1800원대로 떨어지니까 다시 복잡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람들이 자가용을 덜 타면 국제수지랑 대기에는 좋겠지만 내수소비도 줄고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 차급만 낮추면 기름값 걱정 우습게 해결하면서 이마트도 가고 에버랜드도 갈 수 있습니다.

교통체증은 여전하겠지만요.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일, 국가 경제와 가정 살림에 도움이 되는 일은 기름값 투정 말고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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