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떠넘기기 `추태'…"관련법 개정 시급"

화재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권총 사격장은 창문도 없는 밀폐된 구조임에도 기본적인 소방장비인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화재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데도 이 사격장이 최근 안전점검에서 통과한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과 소방서가 책임 소재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격장 화재 안전을 담보하는 법규가 명확하지 않자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 안전의 책임을 서로 떠미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이는 것.
경찰청 관계자는 16일 사격장 화재 안전 관리에 대해 "현행 사격장의 화재 예방 및 안전은 소방일반법의 규정을 따르고 있고, 경찰이 주관하는 사격장 관련 법에는 총기사고 방지를 위한 사격장의 구조나 설비기준 등만 있을 뿐 화재 예방과 관련한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사격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소방 당국이 관리하는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특별소방대상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소방대상물에는 슈퍼마켓부터 탁구장, 헬스장, 서점, 세탁소, 사진관, 단란주점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업소가 포함돼 있지만, 사격장은 이에 포함되지 않다는 것.
이 때문에 사격장은 일반소방법에 따라 소방서에서 소화기 비치나 비상구 표시 등 기본적인 사항만 점검받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권총사격장(옥내) 구조설비 규정' 등에 사격장에서 총기 사고가 나지 않도록 벽을 두껍게 하거나 소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창문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만 있을 뿐 소방안전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격장의 화재 방지책임은 경찰이 아니라 소방 당국이 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은 "사격장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는 경찰의 몫이다"라며 반박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부산 사격장 스프링클러 설치 문제는 소방방재청이 아니라 경찰의 소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 등 사격장 내부 구조와 관련한 안전 문제는 경찰이 주관하는 `사격 및 사격장 단속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관리 주체다"라고 말했다.

특히 불이 난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 문제는 이 건물이 법적으로 스플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소방서가 관여할 성격이 아니며, 사격장 내 제반 안전 사항은 경찰이 관리한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사격장의 총기 사고 방지에만 신경 쓰게 돼 있다"며 이번 참사와 무관하다는 견해이고 소방 당국도 "스프링클러 등 사격장 설치물에 관한 내용은 경찰 소관이다"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사격장은 가뜩이나 밀폐된 구조에 스파크 등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커 다른 건물보다 더욱 치밀한 화재 안전 기준이 마련돼야 함에도 이를 위한 법적 근거도, 이를 책임질 기관도 없다.

특히 2006년 서울 반포동 사격장에서도 불이나 1명이 사망하고 일본인 관광객 3명 등 7명이 부상했지만, 이후에도 형식적인 안전 점검만 했을 뿐 관련 법 개정 등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모두 벗어날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법규 보완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소방방재청과 사격장의 화재 안전 규정을 보완하는 내용을 어느 법에 넣을지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