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풀과 꽃이 가득 펼쳐진 정원,쭉쭉 뻗은 도로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의 각종 오피스 빌딩들….

중국 정부가 네이멍구 사막지역에 세운 어얼둬스 신도시의 풍경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수백만달러를 투입해 세운 이 새 도시엔 핵심이 빠져 있다. 바로 도시에 거주하며 경제 활동을 영위할 주민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건설자재를 실은 차량만 이따금 지나갈 뿐인 4차선 대로엔 교통경찰 한 명만이 서 있을 정도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1일 '유령 도시' 어얼둬스 신도시가 중국 정부의 맹목적인 경기부양과 부동산 거품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네이멍구 개발을 위해 2004년 어얼둬스 구시가지에서 30㎞ 떨어진 지역에 인구 100만명 정도의 주민을 수용할 신도시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매장된 석탄,천연가스 개발로 하룻밤 새 백만장자가 된 어얼둬스 주민들의 투자와 돈 냄새를 맡고 유입된 외부 자금으로 호화스러운 주택과 아파트들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어얼둬스 신도시에 거주하는 이는 오로지 건설 노동자뿐이다.

한 현지 주민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어얼둬스는 주거비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살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어얼둬스에 세워진 아파트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파트엔 누구도 살고 있지 않다. 대부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외지인이나 부동산 회사들이 투자 목적으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패트릭 쇼바네크 칭화대 경영대 교수는 "현재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더 이상 거주 목적이 아니다"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전체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인근 어얼둬스 구시가지에는 15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구시가지 거주민들에게 신도시 이주를 끈질기게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시가지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구시가지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류진핑씨는 "사람 없는 신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며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여기로 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얼둬스 시당국은 어얼둬스 신도시가 상하이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도시라고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상하이교통대 중국기업연구원 등이 최근 발표한 중국에서 가장 발전 잠재력이 큰 도시에 어얼둬스가 1위에 올랐다고 선전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경기부양 실적을 위해 무조건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건설에 돈을 쓰는 중국 정부의 행태가 어얼둬스에 유령도시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지표를 좋게 만드는 손쉬운 방법으로 건설업에 돈을 쓰는 게 현지 지방정부에 관행처럼 돼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맹목적 투자에 나선 지방정부에 빌려준 자금이 부실채권으로 대거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분기에 8.9% 성장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을 하는 중국의 이면에 또 다른 잠재부실이 자라고 있음을 어얼둬스의 유령도시가 보여주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