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국제회의·컨벤션은 '잭팟'…3000명 입국땐 車 1000대 수출효과
우리나라가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 2011년 제19차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총회 등 굵직굵직한 국제회의를 유치하면서 마이스(MICE)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내년 11월 열리는 G20 개최지로 서울을 확정하고 준비위원회(위원장 사공일 무역협회장)를 꾸렸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여행'을 총칭하는 말이다. 서울 코엑스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자동차 전시회나 학회 등의 국제회의를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마이스가 차세대 황금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그린비즈니스의 꽃이라고 불릴 만하다.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마이스 경제학'을 들여다 봤다.

◆굴뚝 없는 황금산업

마이스에 대한 관심의 요체는 고부가가치 알짜산업이란 점에 있다. 마이스 관광객은 보통의 패키지나 개별여행객보다 씀씀이가 훨씬 크다. 한국관광공사 코리아컨벤션뷰로의 김건수 본부장은 "2007년 기준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1인당 직접 지출은 평균 2488달러로 일반 관광객의 2.8배나 된다"고 말한다. 마이스 관광객 3명을 불러들이면 1500㏄ 자동차 1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월 킨텍스에서 개최된 기업회의 '2009 허벌라이프 아시아 태평양 엑스트라베간자'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마이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행사를 유치한 코리아컨벤션뷰로의 용선중 MICE 팀장은 "행사에 참여한 2만여명의 외국인이 사흘간 먹고 자고 즐기는 데 쓴 돈이 622억원어치 정도 된다"며 "지난 2년간의 유치노력을 제외한 행사원가가 15억원이 들었으니 그만한 장사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마이스 관광객의 직접 지출 외에 일일이 계량할 수 없는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회의 참가자는 대개 각국 해당 분야의 여론 주도층이다. 회의 참가 뒤 귀국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홍보맨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현장에 노출된 국내 상품의 홍보 효과는 덤이다. 2005년 아시아 · 태평양 정상회의(APEC) 공식 만찬주 중 하나로 선정된 고창서해안복분자주의 송만회 대표는 "당시 만찬주로 선정된 효과를 적잖이 봤다"며 "중국 미국 등지로의 수출길도 열렸다"고 말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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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계 속 한국의 마이스 산업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마이스 산업 중 국제회의만을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 12위에 랭크돼 있다.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전체의 2.64%인 293건의 국제회의를 개최,2007년 15위에서 3단계 도약했다. 동양권에서는 싱가포르,일본에 이어 3위다.

도시별로는 지난해 서울이 125건의 국제회의를 열어 전년 대비 2단계 뛰어오른 세계 7위를 차지했다. 2007년에 이어 세계 10대 국제회의 개최도시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부산은 14단계 상승한 31위(60건)를 기록했고 제주는 38위(53건)에 랭크됐다.

그러나 전체 마이스 산업은 생각 외로 크지 않다. 마이스 산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5%에 불과하다. 미국 2%,영국 1.6%,싱가포르 1.9%,캐나다 2.2%,호주 2.5%에 비해 그 비중이 낮다. 정부가 마이스 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국무총리실 산하에 '전시컨벤션육성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글로벌HR포럼 등 한국을 대표하는 마이스 브랜드도 전략적으로 키우는 등 2007년 4조원대로 GDP 대비 0.45%인 마이스 산업을 2013년 11조원 1%,2018년 22조원 1.5%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마이스 10위권 가능할까

한국 마이스 산업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최태영 한국컨벤션산업협회 회장은 "일반 관광객을 받아 관광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마이스 산업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문화와 기술은 물론 접근성 측면에서도 경쟁 도시에 뒤떨어지지 않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휴양지형에서 컬처형으로 마이스 개최지 선정 기준이 바뀌고 있는 추세도 긍정적이다. 서울관광마케팅의 추성엽 마케팅본부장은 "지금까지 인센티브 여행이나 기업회의 등은 휴양지 위주로 진행됐는데 최근 들어 '휴양지는 식상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목적지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역사와 전통에 최신 정보기술(IT)의 흐름도 느낄 수 있는 한국이 유치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인프라가 미흡한 것은 커다란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은 컨벤션센터는 물론 숙박 상업시설 등 주변 인프라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마이스는 일반 상품시장과 달리 먼저 공급이 있어야 수요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마이스의 경쟁력은 곧 컨벤션센터의 수용 능력에서 나오는데 국내 최대 컨벤션센터인 서울 코엑스의 경우 전시장 가동률이 사실상 100%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숙박시설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합리적 가격의 1,2급 호텔객실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은 1만8315실로 홍콩(3만3990실),싱가포르(3만5674실) 등 경쟁상대에 많이 뒤처져 있다. 일반 관광이 아닌 마이스 참가자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지 않고서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끔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