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3 · 6 · 9정기예금',한국씨티은행의 '스텝업 예금'등 3개월마다 금리를 높여주는 신종 회전식 예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입 후 3개월,6개월,9개월째에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연 3% 이상의 금리를 적용해주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인기

지난 9월 출시된 '3 · 6 · 9예금'은 하나은행 신상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기예금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시 2개월 만에 1조9500억원이 몰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인 예금 신상품과 비교할 때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과거 가장 큰 히트를 친 상품의 판매실적이 두 달간 1조5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3 · 6 · 9예금의 인기는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출시된 씨티은행 '스텝업 예금'도 보름여 만인 지난주까지 모집실적이 1700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에 비해 판매기간이 짧고,점포 수도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왜 몰리나

일반적인 정기예금은 만기 전 중도해지하면 1%대 이자만 준다. 하지만 회전식 예금은 3개월 단위로 비교적 높은 금리에 중도해지할 수 있게 돼 있다. 스텝업 예금의 경우 예치한 지 3개월이 되면 연 3.0%,3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연 3.4%,6개월에서 9개월까지는 연 5.4%,9개월에서 12개월까지는 연 7.0%의 이자율이 적용된다. 3 · 6 · 9예금은 만기이율을 연 4.43~4.5%로 하고 가입 후 3개월이 되는 날에 중도해지할 경우 연 2.9%,6개월째 해지시 연 3.2%,9개월째는 연 3.6%를 각각 지급한다.

이 같은 금리구조는 '조금만 기다리면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 정기예금 가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했다는 평이다. 남영호 씨티은행 개인수신 · 방카상품부 차장은 "금리가 고객 기대에 맞는 수준까지 오를 때까지 임시로 머물 수 있는 '정거장' 개념의 상품이 필요한 시기라고 봤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연 7% 금리'의 착시효과

'스텝업 예금'은 가입 후 9개월부터 12개월까지 연 7% 금리를 주고 있다. 시중은행에선 찾아볼 수 없는 높은 금리다.

하지만 여기엔 착시현상이 있다. 기간 평균금리를 따져보면 3개월간 예치할 경우 연 3.0%,6개월간 연 3.2%,9개월간 연 3.93%,1년간 연 4.7%라는 이자를 받는다. 만기금리 기준으로 보면 일반 정기예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7% 금리'라는 것은 중도해지를 최소화하고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미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회전식 예금이 일반 정기예금보다 불리한 것은 아니다. 일반 정기예금은 가입 후 1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이자를 아예 주지 않고 3개월 미만은 연 0.5%,3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연 1.0%만 주고 있다.

중도해지 금리도 높은 편이다. 하나은행의 3개월 만기 일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9%,6개월 만기는 연 2.4%로 3 · 6 · 9예금의 중도해지 금리(각각 연 2.9%,연 3.2%)보다 낮다.

◆은행 위험부담 없나

은행 입장에선 중도해지시 자금운용에 미스매치(불일치)가 생길 수 있다. 중도해지가 많이 일어날수록 은행은 손해를 입게 된다. 이 때문에 이들 상품을 개발할 당시 자금 및 리스크 담당부서에서 걱정을 많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은행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3,6,9개월 만에 중도해지될 자금의 규모를 수시로 예측해 위험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예컨대 3 · 6 · 9 예금의 10%가 3개월 만에 중도해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금 운용에서도 3개월 만기 자금 비중을 그만큼 높이는 식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마지막 3개월 금리를 연 7.0%로 내건 것도 막판에 만기 유지율을 높여 미스매치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인식/유승호/이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