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 탓에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하나금융지주가 모처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주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증자를 강행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또 만약 증자를 하더라도 소규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10일 오전 10시 15분 현재 하나금융지주는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1500원(4.30%) 오른 3만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골드만삭스 다이와 씨티그룹 등 외국계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27만주 넘게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크게 부진했다. 인수ㆍ합병(M&A)에 대비해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5일 하나금융주가는 가격제한폭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로도 크게 회복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증자에 대한 하나금융지주의 공식 입장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수준이다. 실제 증자를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예상보다 '격하게' 나타나자 일단 보류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증자를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기본자본 비율이 각각 8.5%와 11%로 현 상태에서 증자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골드만삭스, 테마섹, 국민연금 등 주요 대주주가 자금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이어서 특별한 명분 없는 증자는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원은 "(유력한 M&A 후보인) 우리금융과의 M&A를 하나금융지주가 추진할 경우 이는 인수의 형태가 아니라 합병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acquisition)'는 프리미엄을 주고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사오는 것인데 하나금융지주의 자본 여력이나 자산규모, 노조의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인수'보다는 '합병(merger)' 형태가 더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서 연구원은 "인수 형태를 택할 경우 합병비용은 1조원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은 △기존 주주 혹은,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가 매입하거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자사주 형태로 매입허거나, △합병 이후 법인이 순차적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 투자자가 우려하고 있는 대규모 증자는 합병을 할 경우에는 필요가 없다"며 "따라서 대규모 주당순이익(EPS) 희석이 하나금융지주 주주에게만 발생할 것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크지 않은 규모라면 현 주가 수준은 매력적이란 평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 내년 추정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3배에 불과해 업종 평균보다 크게 할인돼 거래되고 있어서다.

서 연구원은 "SK텔레콤이 하나카드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형태의 전략적 제휴도 임박한 것 같다"며 "SK그룹과의 제휴는 카드 부문의 경쟁력 제고 뿐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의 취약한 고객기반을 보완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