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

해외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40일 동안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이익을 내고 있는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를 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키면 투자수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또 다른 투자 기회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환매 대금 지급일과 기준가 적용일을 잘 체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펀드는 환매 신청 후 실제로 돈을 돌려받기까지 보통 6~8일 정도 걸린다. 그렇지만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는 40일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매달 14일까지 환매를 요청하면 그달 25일에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지만 15일부터는 그 다음달 25일에나 계좌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 본토 펀드의 경우 환매 청구일 하루 차이로 인해 40일 정도 자금이 묶일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좋은 투자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이익금을 산정하는 기준가 적용일도 펀드별로 제각각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통상 해외펀드는 오후 5시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기준가 적용일이 하루 차이가 난다. 브릭스펀드의 경우 오후 5시 이전에 환매를 청구하면 통상 환매일을 포함해 4영업일의 기준가를 적용한다.

환매를 하더라도 가급적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기한을 넘기는 게 유리하다. 2008년 이후 만들어진 펀드는 가입할 때 선취판매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의 경우도 투자기간이 30일 미만인 경우 이익금의 70% 미만, 30일 이상~90일 미만은 이익금의 30%를 수수료로 뗀다.

펀드 환매 순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판매사들은 한 펀드계좌에서 입금일이 다를 경우 일부 환매요청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먼저 들어온 부분부터 정리하는 '선입선출'방식을 적용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후입선출'이나 '건별출금'이 가능한 곳도 있다. 이 경우 이익을 내고 있는 입금분만 먼저 찾으면 해외펀드 과세 기준일인 올 연말에 해당 계좌는 손실을 보고 있어 비과세 혜택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A펀드의 계좌를 튼 투자자가 2007년10월에 2000만원을 넣고, 지난해 10월 2000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다면 지난해 10월 투자분 2000만원과 수익금을 연내 우선 찾으면, 남아있는 2000만원은 20% 이상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 원금 회복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매를 하기 전에 찾은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