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사진)가 초대 'EU(유럽연합)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9일 블레어 전 총리가 EU 특별 정상회의 참석을 앞둔 각국 정상들에게 장장 11시간의 전화 통화로 지지를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이날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기념해 독일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갖는다.

지금까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블레어 전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EU 대통령을 향한 그의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회의는 체코를 끝으로 리스본조약 비준이 마무리된 후 열리는 첫 번째 EU 정상회의인 만큼 EU를 대표하는 대통령 및 외교대표직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EU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지만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옹호해 유럽 내 분열을 초래했고 △중도좌파 성향 영국 노동당 출신으로 현 EU 지배세력인 중도우파 소속이 아닌 데다 △EU의 첫 대통령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소국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인해 지지도가 떨어진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도 블레어 전 총리가 지지세를 얻지 못하면 그의 EU 대통령 출마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전조율을 마친 뒤 지지 의사를 접었다. 오랜 동맹군인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를 제외한 EU 대통령 후보로는 헤르만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와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블레어 전 총리와 함께 같은 영국 출신인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여전히 유력한 EU 외교대표로 꼽히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