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계속되면서 연말 증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 반등 랠리(증시상승)의 연장선에서 주식비중을 늘려가야 한다는 의견과 오를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만큼 120일 이동평균선(1530선) 하향 돌파까지 예상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장세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9월 중순에 비해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낮아졌고 중국, 미국 등 한국 증시에 선행 또는 동행적 의미를 지닌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저점확인 이후 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고 있어 코스피지수도 점진적으로 2주간의 바닥다지기를 마무리하고 반등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높아진 배당수익률과 마이너스권에 근접한 순차익잔고 역시 연말 장세에 우호적이라는 분석이다.

연말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지수조정으로 인해 연말 배당익률이 9월 이후 상단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시장을 뒤흔들었던 프로그램 잔고도 점차 바닥권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수급적으로도 더 나빠질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 연구원은 "현 지수대는 기간조정시 예상되는 지수인 코스피 1530~1710의 하단에 해당된다"면서 "따라서 조정시 소매 및 보험, 건설주에 대한 비중확대와 가격매력 및 외환 변동성 위험이 줄어든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내 증시의 거래가 줄면서 주가가 바닥권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매수세도 약하지만 매도세도 지금 가격에서는 팔고자하는 욕구가 크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만큼 주식을 급하게 팔아야 할 정도의 큰 악재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에 '크리스마스 랠리'가 있다면 한국에는 '11월 랠리'가 있다"며 "2000년 이후 코스피의 11월 수익률은 4.6%로 다른 달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헷지펀드 및 외국계 기관들의 장부마감이 11월부터 시작되면서 선제적 매수세가 유입되고, 연말 배당 수요 및 프로그램 매수세 등이 가세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원 애널리스트는 "특히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4분기에 급증하는 뚜렷한 계절성을 보인다"며 "앞으로 선물시장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개선될 경우 연말까지 3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기방어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이 붕괴되면서 추세 하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 동안 나온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은 호전된 흐름을 보여줬지만 개선속도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면서 " 3분기 이후 경기와 기업이익 모두 상승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특히 연말을 전후로 경기선행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꺾일 것이라는 인식은 투자자들의 시장참여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땅히 기댈 곳이 없는 시장 상황에서 120일 이동평균선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는 것.

민 팀장은 "증시가 5년 랠리를 시작한 2003년 이후부터 2007년 고점까지 120일선이 무너진 경우는 2004년 5월과 2006년 5월, 그리고 2007년 11월 단 세번 뿐이다"며 "이 중 120일선이 단번에 무너진 것은 2004년 한번이었고 나머지 두 번은 120일선을 지지선으로 지수가 일단 반등에 성공한 뒤 다시 내려올 때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20일 이동평균선이 지지선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에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지나친 의미부여는 투자판단의 실수를 부를 수 있다"면서 "호재를 찾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변동성 확대과정을 염두에 둔 투자전략이 유리한 만큼 저점매수에 주목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