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펜피칭을 끝내고 감독의 호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기금이나 보험 등의 투자규모가 개인이나 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지수 상승의 직접적인 에너지원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상징성이나 분위기 반전 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 쉬지않고 주식을 매도했던 투신권의 매도 공세가 현저히 감소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제외한 기관의 실질 순매수는 2주전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선 상황이다.

연기금과 보험은 올해 4월 이후 매도세를 지속해왔으나 최근 들어 주식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규모는 작지만 투자자금을 운용할 운용사 선정을 통해 주식투자자금 추가집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상필 동양동금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성 자금이라고 볼 수 있는 은행과 보험, 연기금, 국가기관의 일평균 순매수 금액이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투자주체는 연기금이다.

최근들어 연기금의 주식비중은 13.2%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6월 올해 연간장기운용계획에서 주식비중을 15.4%정도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스피지수가 조정폭이 깊어질 경우 시가로 주식비중을 계산하는 연기금 특성 상 비중이 더 떨어져 그만큼 매수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

한번 편입한 주식은 잘 팔지 않는 은행이나 보험도 사고 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 국내기관 가운데에서도 연기금과 보험과 같은 장
기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강화되는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통상 연기금과 보험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운용한다"며 "따라서 당장의 시세변화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매시점을 결정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이 같이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주식매수 재개 움직임은 국내 증시가 조정이 깊어지면서 벨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2007년 이후 연기금과 보험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11.5배 이상에서 주식비중을 축소하거나 매수강도를 약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PER 10배 이하에서는 주식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PER이 10배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동안 연기금과 보험이 매수한 금액은 2007년 이후 전체 순매수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최근 들어 연기금과 보험이 주식비중을 다시 확대하기 시작한 것 역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식형펀드쪽으로 순유출이 멈췄고 펀드환매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도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움직의 이유 중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기관들의 매매패턴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달 28일 이후 연기금 순매수 상위사(순매수 금액 기준)들의 특징은 삼성전자(IT), KB금융(금융), 포스코(철강), 현대건설(건설), 유한양행(의약), 신세계(유통) 등 업종대표주의 성격을 띈 종목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인 이익모멘텀 약화보다는 연간실적의 호조세가 두드러지는 종목이 주를 이뤘다. 같은 업종 내에서는 차별적인 대응을 통해 특정 업종보다는 밸류에이션 및 배당수익률 등을 고려한 종목선택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관심종목을 고르는데 있어 연기금의 매매패턴을 참고해 보는 것도 투자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