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창의적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

'세계 유수 대학의 우수학생 선발제도'를 주제로 열린 특별좌담에서 한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여러 국가 대학에서 온 참가자들은 현재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재 발굴전략을 소개했다. 이들은 선발된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려면 세계화와 학제 간 연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회는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화여대 총장)이 맡았고 가와구치 기요후미 일본 리쓰메이칸대 총장,크리스 웨인라이트 예술협회유럽연맹 회장,랄프 아이흘러 ETH 취리히공대 총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좋은 인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는 입학사정관제처럼 점수 몇 점 차이보다 성장잠재력을 감안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성적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학생의 의지나 능력 등을 감안하려는 시도를 학부모들이 승복하고 신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와구치 총장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본에서는 입학사정관제처럼 인터뷰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면서 "그렇게 선발된 학생들의 학업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고등학교의 수준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고교 간 편차가 심하다는 불만도 있다"고 설명했다.

웨인라이트 회장은 "우수한 개인을 선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취향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조화롭게 선발해 대학에서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대학에서 인재들의 가능성이 더 펼쳐지려면 다른 학문과의 연계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이흘러 총장은 "공대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경영학과 경제학을 공부해 이후 CEO(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는 과학도를 육성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취리히공대를 졸업한 학생이 설립하는 회사가 매년 20~25개인데,이 회사가 5년 후에도 살아남을 확률은 무려 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이흘러 총장과 웨인라이트 회장은 통섭(統攝)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자기 분야에서 자신감이 붙을 만큼 지식과 능력을 쌓아 '전문가'가 되어야 다른 학문과 협업이 가능하다"면서 기본기에 충실할 것을 충고했다.

가와구치 총장은 학문 간 연계뿐 아니라 학문과 사회의 만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돕기나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 사회 문제를 학생들이 함께 해결해보는 '서비스 러닝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문제를 깨닫고 시정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웨인라이트 회장도 "앞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지 않고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소홀한 대학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대학의 활로는 국제화에 있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했다. 아이흘러 총장은 학부 과정에서는 '국내용' 인재를 배출하고 석 · 박사 과정에서는 '해외용' 인재를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이원화된 대학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석 · 박사 과정에서는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퇴직한 교수들에게 인터뷰를 맡겨 향후 가능성을 타진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개방 전략이 대학의 경쟁력을 담보한다"면서 "대학의 의무는 경쟁력을 확보해 학생들의 앞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