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과다한 성과급 지급 관행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단기 보너스를 없애 위험을 무릅쓴 투자나 영업을 근절시키겠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금융사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가 지난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전 세계적으로 규제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성과급 규제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미국과 유럽 간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 G20이 제시한 원칙이 한국 사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단기 보너스 사라진다

리먼브러더스와 AIG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지난해 파산하거나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진은 이미 약속된 막대한 보너스를 받으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G20 산하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보상원칙은 '금융사마다 독립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중장기 리스크를 잘 따져 보상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고위 경영진 등은 연간 보너스의 40~60%를 최소 3년 동안 거치해 해야 하고 최소 50%는 주식으로 받도록 했다. 모든 위험이 해소되고 성과가 확인된 다음에 보너스를 받아가라는 얘기다. 여기에 은행 실적이 부진하면 보너스를 반납해야 하는 환수 조항도 포함됐다.

보상시스템 개혁이 이뤄지면 내년부터 금융사들의 공시 범위가 '이사 총보수'에서 '각 직급별 총보수'로 확대되고,보상근거나 지급받은 보너스 등도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장도 성과급을 높이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모 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정부가 하겠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년간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면 임직원들이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FSB는 각국별 이행상황을 내년 3월에 점검하고 평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까지 각 업권별로 모범규준 초안을 제출받아 조정한 뒤 연말께 확정짓고 내년부터는 각 금융사가 채택하게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20에서 합의된 원칙인 만큼 업계 자율규제 차원을 떠나 법령으로 모범규준을 채택토록 강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정착될까

FSB가 밝힌 규제대상은 중요한 금융회사(Significant financial institution)다. 이는 파산하거나 국가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은 모두 포함되겠지만 증권사나 보험사는 자산 규모가 일정액 이상으로 큰 곳이 우선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전 금융사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제이익이 발생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상체계 개혁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이어진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9월 말 G20 정상이 합의한 뒤 즉각 바클레이스,HSBC홀딩스,스탠다드차타드 등 주요은행이 강화된 보너스 규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은 보너스의 40~60%라든지,3년 동안 거치하라는 것은 단지 예를 든 것일 뿐 비율과 이연연도 등은 달리 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구 금융위 상임위원은 "미국과 영국 간의 기준 해석을 둘러싼 시각차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아직 많은 금융사들이 호봉이나 연공서열에 바탕을 둔 성과 체계를 갖고 있어 FSB의 기준은 일부 우리 사정에 맞게 바꿔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