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하기로 하고,이에 맞춰 그룹 사업구조를 다시 짜기로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업부문별 핵심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룹 전체를 기술 선도 사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SK는 지금 국내에서는 경쟁사들과의 시장 경쟁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해외에서는 신흥경쟁국 부상과 기술융합화 트렌드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어게인 1996년'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룹 주력회사인 SK텔레콤이 1996년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에 성공,글로벌 기업의 발판을 마련했던 사례를 떠올린 것.그룹의 연구 · 개발(R&D) 역량을 한데 모아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글로벌 핵심 기업그룹으로 자리를 굳히자는 결의도 다졌다. SK는 신기술 중심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2년까지 R&D 분야에 5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진출 18년째를 맞는 중국 사업전략 전환과 중국 내 그룹 조직 재정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최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2005년 "중국도 국내 시장"이라는 '항저우 선언' 이후 추진해온 중국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수정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을 갖고 중국 사업에 나서는 공급자 중심의 접근 방법으로는 더이상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며 "철저한 중국의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을 세분화하고 발전시키는 시장과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는 중국에서 계열사별로 운영해온 90여개 현지 법인과 20여개 지사를 통 · 폐합,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미나에는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김신배 SK C&C 부회장,윤석경 SK건설 부회장,박영호 SK㈜ 사장,구자영 SK에너지 사장,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했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부문장은 "시장 잠재력이 높고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춘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며,중국에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시장에서의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향후 구체적인 중국조직 재정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