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쓸 만한 엔지니어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시간이 가도 이것이 해결될 조짐이 안보인다는 데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은 해소될 기미가 없는데 정작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지금의 현실을 타파할 길은 없는 것인가.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과대학 중흥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그는 "1년에 두 차례씩 해외로드쇼를 벌이면서 우수 인력 유치(誘致)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엔지니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쉽게 말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지금의 공대가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현장에서 교육개혁의 절실한 필요성이 또 다시 제기됐다는 점에서 정부도, 대학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대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이런 평가가 우수인력들이 공대 진학을 기피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이 문제를 오로지 대학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공계 기피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이고, 또 정부 인력정책의 실패 탓이 더 클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도, 대학도 공대 중흥(中興)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력정책부터 확 바꿔야 한다. 기업들 보고 무조건 고용을 촉진하라고만 하지 말고 그 전에 기업들의 수요 변화에 먼저 눈을 돌리는 게 급선무다.

남용 부회장이 사례로 든 LG전자의 경우만 해도 한국내 총 직원이 3만5000명이지만 이 가운데 공장근로자는 700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엔지니어와 사무직이다. 제조업의 고용패턴이 전문인력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력있는 엔지어를 길러내야만 고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변화하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