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직장과 가정 일을 병행하기란 정말 쉽지 않죠.수많은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끝까지 덤벼야 합니다. 여성에게는 어머니의 마음,즉 '모성애'가 있잖아요. 결국엔 너그럽고 긍정적인 여성들의 특성이 빛을 발하게 될 겁니다. "

중견 화물운송업체인 우영로지스틱스의 김보겸 회장(69 · 사진)은 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워킹우먼'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올해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자서전 '피아니스트 여사장과 108대의 트럭'(지호)을 발간했다. 김 회장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 남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화물운송업에 뛰어들어 20여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김 회장의 시누이는 경기여고 5년 선배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작고한 부군(장위돈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이 장 회장의 셋째 오빠다. '중신'을 서 준 것도 장 회장이었다. 어느날 장 회장이 셋째 오빠 사진을 보여주며 "괜찮은 사람이니 믿고 만나보라"고 권했던 것."한마디로 '사진결혼'을 한 거죠.장 회장님 말만 믿고 당시 남편이 유학 중이던 미국으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리는 모험(?)을 했습니다. "

이화여대 피아노과를 나와 세상물정에 어둡던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은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회사를 운영하던 남편이 1984년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부터.억센 화물차기사들을 다독여가며 문자 그대로 불철주야 일했다. 그는 "기사들과 어울려 폭탄주를 마셨고 노래방에 갔다"고 돌이켰다. 기사들이 트럭을 갖고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대출 때문에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가면 남편의 신용부터 물어보는 탓에 혼자 눈물을 쏟기도 했다.

김 회장은 워킹우먼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주눅들지 말고 당당해질 것을 주문했다. 문제가 생길 때 겁부터 내지 말고 오기와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덤벼들면 고위직에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들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 남편이 직원들에게 훈시부터 하는 성격이었다면,전 그들에게 회식하라며 돈을 쥐어주는 쪽이죠."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여성들은 비교적 언어 습득에 능한데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것은 큰 무기가 된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고려대 · 서강대 · 홍익대 등의 최고경영자과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지속했다.

우영로지스틱스는 1979년 설립된 운송 · 보관 · 물류도급 및 인력운영 업체다. 주로 애경에서 생산하는 생활용품의 물류를 담당하며 AK플라자에 인력을 공급한다. 전국에 10개 지사를 두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을 기록했다. 슬하에 세 아들을 두었는데 큰아들은 애경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며 둘째는 우영의 물류 담당,막내는 인력운영을 맡고 있다.

"제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일하고 싶어요. 저는 기사와 비서,도우미 아줌마 없이 회사일과 살림을 혼자 꾸려왔습니다. 손자 여섯을 주말마다 봐주기도 하고요. 제가 대단하다고요? 아니에요. 원래 여성들은 강하거든요. "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