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처음 공개적으로 세종시에 관해 언급했다. 정몽준 대표와 조찬 회동 때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지만 여러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은 약 1시간10분간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보다 속깊은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은 세종시에 대해 피해가거나 뒤에 숨을 생각이 없다.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 통해 오해 풀겠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나눈 대화록을 보면 9부2처2청을 옮기는 세종시 원안은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정 대표는 "세종시는 충청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 당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대책 기구 신설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세종시 원안 수정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걸맞게 당에서도 제대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원론적 수준으로 보면 안된다"며 "'숙고해서…'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계산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한나라당 내에 일고 있는 세종시 파열음을 조속히 매듭지으라는 우회적인 촉구"라고 분석했다.

세종시를 두고 '친이-친박'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반대파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란 얘기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당내 이견 조율이라는 모양새를 갖춰야 세종시 대안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총리만으로 친박 설득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세종시 대안 마련,빠른 흐름"


청와대는 여당 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대안 마련을 위한 실행계획을 차근 차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출범할 자문기구 '세종시 위원회'와 '세종시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반대파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연내에 세종시 특별법을 개정한다는 내부적 목표에도 변함이 없다. 이동관 수석은 "(세종시 대안과 관련한) 연구 검토가 총리실과 다양한 레벨 ·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빠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안 발표가)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