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긴 이유를 아십니까. 토끼는 거북이를 목표로 삼았지만,거북이는 토끼가 아니라 결승점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거북이처럼 해오고 있습니다. "

권승화 언스트앤영한영회계법인 대표(사진)는 2일 '빅4'에서 '빅3'로 줄었다는 얘기가 요즘 시장에 많이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빌어 이같이 말했다. '빅4'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큰 대형 회계법인인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4곳을 일컫는 용어다.

권 대표는 "(한영이 상대적으로 침체된 배경에는) 그동안 적극적인 PR가 부족했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결코 글로벌 역량이나 실력에선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년에 경영 컨설팅(어드바이저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며 인력과 매출이 줄어든 탓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오해 속에서도 경영컨설팅 부문을 분사한 것은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란 설명이다. 권 대표는 "제대로 된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이미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선 회계법인도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영은 지난해 글로벌 언스트앤영의 지붕 아래 제휴관계를 맺고 있던 각국 회계 법인들을 통합해 한 회사를 이루는 '원펌'체제로 변경했다. 권 대표는 "원펌 체제는 각국에 따로 따로 있는 멤버펌들의 인력과 자원,지식 등을 공유해 경영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먼저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권 대표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경영자문 부문의 매출은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합쳐 400억원으로 전체 매출 1400억원의 30%가량"이라며 "첫 해 치고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모비스의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이나 KT 등의 경영자문 서비스를 제공했으며,현재 모그룹 계열사의 경영자문에 대한 수주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은 20명 이상씩 고문을 거느리고 있지만 한영은 5명뿐"이라며 "프로들의 시장에선 결국 인맥이나 영업력보다 실력이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