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활발하게 유입되던 달러캐리 자금이 지난주를 고비로 이탈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시장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증권사와 펀드 등이 외부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라 하고,그 반대를 '네거티브 캐리'라고 한다. 또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 달러-캐리 트레이드 등으로 구별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각국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의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빌려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이 경우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지난해 9월 리먼사태가 터지면서 대규모로 청산돼 한국 중국 등 아시아증시에 큰 충격을 줬지만 올 3월 이후에는 투자수익률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재개되고 있다. 중국 한국 미국 등을 중심으로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바닥론이 나온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올해 캐리 트레이드의 특징은 엔화가 대부분이었던 종전과는 달리 달러화 자금이 중심이라는 데 있다. 통화별 트레이드 유인을 나타내는 지표인 CTR 비율(통화간 금리차익를 환율변동위험으로 나눈 수치)을 보면 올 3월 이후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가장 유리한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달러리보 금리가 가장 낮은 데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돼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러캐리 자금 규모는 종전의 엔캐리보다 훨씬 크다. 달러화가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제1의 중심통화인 데다 '빅 스텝'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자체가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달러캐리자금의 유출입시 유입국의 자산 거품과 붕괴 폭이 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달러캐리 자금의 운용이 엔캐리 자금에 비해 단기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차입된 달러캐리 자금을 단기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는 달러 외에도 저금리인 통화가 많아 글로벌 금융 여건에 미세한 변화가 있어도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통화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엔캐리 시기에는 엔화가 거의 독보적인 저금리 통화였지만 최근에는 주요 선진국 통화의 조달금리가 대부분 1%를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테드(TED) 스프레드(달러리보금리에서 미국 국채 금리를 뺀 수치) 등 각종 위험과 공포를 나타나는 지표들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오히려 호주 이스라엘 등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어 달러캐리자금의 청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이후 이탈 우려를 불러왔던 유입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은 환차익을 줄여 추가 유입의 소지를 줄일 수는 있지만 시장 흐름을 역행하지 않는 한 달러캐리 자금이 본격적으로 이탈되는 '중도 이탈(sudden stop)'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적자 등을 감안하면 미국 측 요인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러캐리 자금의 본격적인 청산은 유입국보다 주로 미국 측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이외 국가들의 경기 회복 정도와 금리인상 등을 감안하면 달러캐리 자금의 차입이 지금보다 더 유리해져 촉진시킬 소지가 많다.

또 미국 측 요인이라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돼 금리가 인상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경우엔 그 시기를 전후해 청산 우려로 일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는 있지만 경기가 받쳐주는 만큼 유입국 금융시장이 위기로 빠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경기가 재둔화돼 금융 부실로 증거금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발생돼 달러캐리자금이 본격 청산되면 유입국들은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3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미국 경기 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세계 금융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