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이끌어온 경제회복 열차에 민간이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얼어붙었던 투자가 1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회복 동력을 민간이 이어받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위기 때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9월 산업활동동향'은 향후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주요 지표를 보면 산업생산(전년동월 대비)이 1년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 생산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7월(0.7%)과 8월(1.1%)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생산 호조세의 내용도 알차다.

재고는 1년 전에 비해 14% 감소한 반면 출하는 8.7% 늘었다. 물건을 만들어 내고도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이던 이전 모습과 비교할 때 대폭 개선된 것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월보다 2.5%포인트 높아진 80.2%를 기록,1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반도체(23%)와 자동차(32.3%),운송장비(27.9%) 등의 기여도가 컸다. 반면 휴대폰 등 영상음향 · 통신(-9.1%)과 석유정제(-5.4%) 등은 부진했다.

소비도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소비재판매액이 1년 전에 비해 6.7% 늘었으며 전월 대비로도 1.8%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8.1%,주유소 등 전문소매판매점 매출은 8.8%,홈쇼핑 등의 매출은 19.4% 각각 증가했다.

무엇보다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설비투자 동향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9월 2.9% 증가한 이후 지난 1월 -21.4%,2월 -11.3%,3월 -19.9% 등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지난 8월까지도 감소세를 보였다. 그동안 정부가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자제해왔던 것도 민간기업의 설비투자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설비투자는 1년 전에 비해 5.8% 늘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월 이후 투자 증가세를 봐야겠지만 일단 설비투자가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 자체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향후 경기회복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표들도 일제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15.7% 감소했던 '기계수주'는 LCD 등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수주 등이 늘면서 31.9% 증가했으며 '건설수주'도 전년동월 대비 58.4% 증가했다. 또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7개월 연속 상승했으며 9개월 후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전년동월비)는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일단 10월 이후에도 경기회복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가 회복 단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향후 회복세가 얼마나 뚜렷할 것인지는 10월 각종 산업지표를 보고나서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