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9일 "국가적으로 영향력이 큰 기업의 주식을 매각할 때는 가격보다 인수자의 능력과 진정성 등의 자격 요건을 따져 매각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공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존에는 가격을 최우선으로 두고 기업 매각을 추진했으나 앞으로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미 정상화된 기업 주식은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만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물량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11.3%),SK네트웍스(8.2%),하이닉스반도체(6.2%),대우인터내셔널(5.3%),한국항공우주(30.1%)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 자본의 인수 가능성과 관련,유 사장은 "선입견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예의주시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채권단에 맡겨 놓고 있어 우리가 나설 상황은 아니다"며 "기존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금융지주와의 관계에 대해 유 사장은 "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산은지주의 배당성향 등에 따라 공사의 이익이 영향을 받는 만큼 경영 성과는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아직 수신 기능도 취약하고 불리한 점도 많아 그룹 전체를 매각하기에는 약점이 많다"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되 금융당국과 협의해 금융시장 전체 큰 틀에서 (매각 문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공사 운영계획에 대해 그는 "앞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온-렌딩(on-lending · 전대)'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며 "30일 지방은행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과도 협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을 설득해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고 국민경제에 필요한 산업의 경우 패키지 금융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정책금융공사채)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해외 기업설명회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