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6700억원의 적자를 냈던 지난 1분기.회사의 한 임원에게 가장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묻자 "반도체"라는 답이 돌아왔다. TV와 휴대폰이 반도체의 손실을 메워주던 때였음에도 불구,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회사의 반도체 사업 규모는 1983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27%씩 성장했다.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린 누적이익만 42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휴대폰,LCD(액정표시장치),TV 등에 투자,118조원(2008년 기준) 매출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권오현 반도체 부문 사장이 28일 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모인 사장단회의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창조'라는 비전을 밝혔다. 기술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가 D램 시장 36%,낸드플래시 시장 40%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이라며 "업계 표준이었던 트렌치(trench)대신 스택(stack)을 반도체 집적방식으로 채택한 1988년과 기술 제휴 없이 독자적으로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2001년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경영도 반도체 사업 성장의 밑걸음이 됐다.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들이 투자를 줄이는 불황기에 그 다음 호황기를 노린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R&D(연구 · 개발)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한발 앞선 투자는 고집적,저전력 제품의 개발로 이어졌고 '최초' 타이틀을 단 이 같은 제품은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 삼성전자는 이렇게 벌어들은 돈을 다시 시설과 R&D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날 권 사장이 밝힌 삼성전자 미래 반도체 사업의 목표는 메모리 부문에서 얻은 노하우를 비메모리(시스템LSI)로 확대,2012년까지 반도체 매출을 50% 이상 늘리는 것이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비메모리 사업 없이는 추가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구동칩,스마트카드 IC,이미지센서,미디어 제품용 집적회로,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5가지 제품을 차세대 주력상품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