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개발(R&D) 지원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9월21일 취임사) "조각조각 나눠먹는 것은 곤란하다. 과제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9월29일 확대간부회의) "그냥 돈 나눠주는 게 무슨 경제부처냐"(10월9일 조찬간담회) "'깨진 독'을 확 뜯어고쳐 놓겠다. "(10월16일 무역협회 강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이후 한 달여간 공식행사에서 한 R&D 관련 발언들이다. 올해 4조원,내년엔 4조4000억원의 R&D 예산을 쓰는 지경부의 R&D 지원체계에 대한 불신과 개혁 의지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고,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혁신안 마련에 착수한 지경부 공무원들은 녹색성장 등 정부 정책과 R&D사업의 연계는 약한 반면 다수의 R&D사업이 같은 업종을 중복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경부가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등 각종 국정과제의 핵심 부처임에도 에너지자원실(녹색성장),신산업정책국(신성장동력),정보통신국(IT코리아),지역국(광역경제권 선도사업) 등이 따로 관련 사업을 관장함에 따라 종합적으로 R&D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여기에 섬유산업을 지원하는 사업만 해도 산업소재산업 원천기술 개발,부품소재 기술 개발,슈퍼융합소재 제품화 등 5개나 되는 등 중복 지원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중복과 연계성 부족도 문제지만 훗날 문제가 될까봐 담당 공무원들이 성과가 나올 만한 자잘한 사업에만 신경쓰고 있는 게 더 심각하다"며 "그러다 보니 과제는 성공했지만 상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비효율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사업들을 잘게 쪼개다 보니 '나눠먹기''칸막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경부가 대형과제 중심으로 R&D 지원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부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킨 '지식경제 R&D시스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30일 첫 회의를 열기로 한 것.공동위원장은 삼성종합기술원장을 지낸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과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이 맡았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