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협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놨다. 농협의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농산물 유통 · 판매)을 2011년까지 별도 지주회사 체제로 분리하고 '농협중앙회'의 명칭을 '농협연합회'로 바꾸는 게 골자다. 하지만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순차적으로 분리하자는 방침을 고수하고 '농협중앙회' 명칭도 계속 쓰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충돌이 예상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7일 농협 구조개편의 최종 방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마련,28일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 입법예고안은 지난 3월 민관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농개위)의 개혁안을 토대로 농협중앙회가 이달 15일 내놓은 자체 개혁안을 종합 검토해 만든 것이다.

정부는 먼저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와 관련,'2011년 동시 지주회사 전환'이란 농개위 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용사업에서 거둔 수익으로 경제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기존 사업구조를 서둘러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중앙회' 명칭은 '농협경제연합회'로 바꾸자는 농개위 안을 약간 수정해 '농협연합회'로 고치기로 했다. 중앙회 기능도 대폭 축소해 지역조합에 대한 교육 · 지도,농정지원 사업을 맡기기로 했다. 농협중앙회의 상호금융 업무와 관련해서는 금융지주,경제지주와 별도의 지주회사를 만들자는 농개위 안 대신 농협연합회 내에 그대로 두되 별도 대표이사 체제를 갖춘 독립사업부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정부 입법예고안과 상충되는 자체 개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농협은 신 · 경분리와 관련,2012년 신용사업을 우선 지주회사로 분리한 뒤 경제사업은 2015년에 지주회사로 분리하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은 신용사업과 달리 자립 기반이 약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키운 뒤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중앙회 명칭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농협중앙회'란 명칭이 갖는 브랜드 파워가 큰 만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또 상호금융은 중앙회 내에 그대로 두되 별도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내부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개혁안인 만큼 정부가 100% 수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농협 측과 충분히 협의하겠지만 농협이 자체 안을 고수한다면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