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안쪽으로 들어가면 '물방울''등대''술''여행''라일락''옛이야기' 등 시어를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얽혀 있는 파란 대문이 나온다. 그 대문을 젖히고 들어서면 우거진 나무와 더불어 전원주택을 연상케 하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기와집 4채가 보인다. 다음 달 5일 개관을 앞둔 문학인 전용 집필공간 '연희문학창작촌'의 모습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 도심에 처음으로 생겨난 문학 전용 집필실이다. 그동안 작가들이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즐겨찾았던 곳은 주로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학관과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 등 주로 지방이었다.

건물 4채에는 각각 '끌림''흘림''울림''들림'이란 문학적인 이름이 붙어 있으며 집필실 20개가 마련됐다. 현재 소설가 은희경 권지예,시인 신달자 이시영 신용목 김경주씨 등 작가 19명이 제1기 입주 작가로 선정돼 창작촌에 들어온 상태다. 첫 해외 입주 작가가 되는 독일의 안드레아스 글래저도 곧 입주할 예정이다. 작가들은 소정의 사용료를 내야 하며,1개월부터 6개월까지 원하는 기간 동안 창작촌에 머물 수 있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 창작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남산공연예술연습장, 난지 · 잠실 창작센터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연 이곳은 20여억원을 들여 옛 시사편찬위원회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개관 전인 27일 창작촌을 공개한 서울문화재단 측은 "한국 문인의 64%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활의 터전이 서울 및 수도권인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창작촌은 지역사회와의 소통 차원에서 작가와 함께하는 정기낭독회, 문학심포지엄, 시민문예교실, 공개 독서토론회, 글쓰기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