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사람들의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밥같은 존재입니다. 클래식을 밥 먹듯이 들어야 하는 이유죠."

다음 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창단기념 갈라 콘서트를 갖는 수지오페라단의 박수지 단장(43)은 한국 오페라계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오페라단을 창단했다고 밝혔다. 박 단장은 "다양한 레퍼토리,제작사 아닌 출연진 위주의 공연 등 기존 민간 오페라단이 보여주지 못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박 단장은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음악원과 베르첼리 음악학교를 거쳐 15년 넘게 유럽과 국내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오페라단을 준비하면서 특히 행정적인 부분이 어려웠다"며 "기업인,음악인,학계 인사 6명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오페라단을 운영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지오페라단은 신인 연주자들의 발굴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클래식 콩쿠르를 열 예정이다. 박 단장은 "국내 클래식 연주자 층이 넓지 못해 팬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도 클래식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창단기념 콘서트에 유럽에서는 호평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덜 알려진 바리톤 공병우가 무대에 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단장의 포부는 크고 화려지만,예산이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기업의 도움을 받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론 티켓 판매만으로 오페라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창단 기념 무대는 창단취지에 공감한 BMW코리아,신한은행 등이 도움을 줬다.

창단기념 무대에는 소프라노 김인혜와 유미숙,테너 김남두와 박현재,바리톤 고성현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올라 수지오페라단의 창단을 축하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팔리아치'의 '신사 숙녀 여러분','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준다.

수지오페라단은 다음 달 중순에 수능을 마친 수험생을 위한 청소년음악회를 열고 내년에는 첫 작품인 오페라 '나비부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의 무대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단장은 "앞으로 오페라단을 문화재단으로 발전시켜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