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27일 신종플루의 2차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신종플루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녹십자에 대한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22만원을 제시했다.

권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4일 신종플루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며 "이번 겨울 예상되는 신종플루의 대확산에 대비해서 미국 내 의료기관들이 보다 손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최근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결정이다. 이번 조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북다코타 홍수(2009년) 사태 당시에도 취해진 바 있다. 앞으로 미국 병원들은 병원에서 떨어진 장소에 임시 검역센터를 설치하거나 필요하면 학교나 업체 등에 방문 검역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

대우증권은 신종플루가 1918년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28개월 동안 전세계 인구의 50%를 감염시킨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는 인류 최초의 대유행병(Pandemic)이다. 스페인독감 발생 당시 1918년 영국 런던의 사망자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모두 3차례 파동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파동은 2차 파동으로 19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나타났다.

이번 신종플루도 스페인독감과 바이러스 타입(H1N1형), 발생시점(3월), 청년층 사망자가 많은 점 등에서 유사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확인되는 신종플루 확산은 2차 파동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권 애널리스트는 판단했다.

국내 신종플루 감염환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누적 환자 4000명을 넘어서는데 117일 걸렸지만 지난 주에 이미 하루 환자 발생수가 42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전 하루 환자 발생수가 15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만에 3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 주 신종플루 집단 발병 사례가 878건으로 이 중 학교가 8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혔다. 10월 초 140건 수준과 비교할 때, 2주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신종플루 최대 사망자 피해를 기록중인 브라질의 경우에도 3~9세 아동들에 비해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10~19세 학생들이 아동들보다 50% 넘는 감염 환자 증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정부 또는 관련 당국의 적절한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대우증권은 판단했다.

WHO에서 집계한 남반구 주요국의 독감환자 중 신종플루 환자비율을 살펴보면, 25주(6월 14일~20일)에 72%를 돌파한 후 28주(7월 5일~11일)에 92%로 최고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권 애널리스트는 "날씨와 온도, 인구 밀도, 의료 여건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남반구 상황을 통해 추정해 볼 때, 한국은 2010년 1월 또는 2월에 확산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반구와 달리 겨울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은 녹십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유일한 신종플루 백신 생산업체이며 △타미플루의 내성 바이러스 출현에 대비한 페라미비어의 정부 비축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신종플루 백신의 동남아 등 해외 수출 가능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 문제도 시장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완료한 녹십자 백신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