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2차 확산 본격화…녹십자 주목-대우
권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4일 신종플루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며 "이번 겨울 예상되는 신종플루의 대확산에 대비해서 미국 내 의료기관들이 보다 손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최근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결정이다. 이번 조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북다코타 홍수(2009년) 사태 당시에도 취해진 바 있다. 앞으로 미국 병원들은 병원에서 떨어진 장소에 임시 검역센터를 설치하거나 필요하면 학교나 업체 등에 방문 검역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
대우증권은 신종플루가 1918년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28개월 동안 전세계 인구의 50%를 감염시킨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는 인류 최초의 대유행병(Pandemic)이다. 스페인독감 발생 당시 1918년 영국 런던의 사망자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모두 3차례 파동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파동은 2차 파동으로 19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나타났다.
이번 신종플루도 스페인독감과 바이러스 타입(H1N1형), 발생시점(3월), 청년층 사망자가 많은 점 등에서 유사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확인되는 신종플루 확산은 2차 파동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권 애널리스트는 판단했다.
국내 신종플루 감염환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누적 환자 4000명을 넘어서는데 117일 걸렸지만 지난 주에 이미 하루 환자 발생수가 4200명을 넘어섰다. 일주일 전 하루 환자 발생수가 15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주일 만에 3배나 증가한 수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난 주 신종플루 집단 발병 사례가 878건으로 이 중 학교가 8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혔다. 10월 초 140건 수준과 비교할 때, 2주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신종플루 최대 사망자 피해를 기록중인 브라질의 경우에도 3~9세 아동들에 비해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10~19세 학생들이 아동들보다 50% 넘는 감염 환자 증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정부 또는 관련 당국의 적절한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대우증권은 판단했다.
WHO에서 집계한 남반구 주요국의 독감환자 중 신종플루 환자비율을 살펴보면, 25주(6월 14일~20일)에 72%를 돌파한 후 28주(7월 5일~11일)에 92%로 최고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권 애널리스트는 "날씨와 온도, 인구 밀도, 의료 여건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지만 남반구 상황을 통해 추정해 볼 때, 한국은 2010년 1월 또는 2월에 확산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반구와 달리 겨울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은 녹십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유일한 신종플루 백신 생산업체이며 △타미플루의 내성 바이러스 출현에 대비한 페라미비어의 정부 비축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신종플루 백신의 동남아 등 해외 수출 가능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 문제도 시장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완료한 녹십자 백신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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