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도 올해 3분기는 '잔칫집' 분위기였다. 수출호조와 제품가격 상승세 등에 힘입어 그야말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1분기부터 시작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뜻밖의 깜짝 실적을 올렸던 유화업체들은 2분기는 물론 3분기에도 연이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국면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화업계,사상 최대 실적

LG화학은 3분기에 매출 4조3643억원과 영업이익 7299억원(연결 기준)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11.3%와 10.5% 증가했다. 순이익도 5430억원으로 16.2% 늘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8775억원,1조298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1조3211억원,986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영업이익이 2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 달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화석유화학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2분기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권가의 견해다. KTB투자증권은 "한화석화의 3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다소 하회할 수 있지만 대체로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또 "한화석화가 50%의 지분을 보유 중인 여천NCC가 기초유분 시황 호조로 전분기 대비 큰 폭의 수익 신장이 예상된다"며 "3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로는 27.8% 감소하나 전년동기 대비로는 38.9% 증가한 981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예측했다.

여천NCC도 매출 1조3000억원대,영업이익 1300억원대를 기록해 2분기보다 실적이 나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역시 2분기 실적보다 나은 매출 1조400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가량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특수 · 설비운용 노하우가 비결

국내 유화업체들이 이처럼 뛰어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차이나 특수'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초부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중국 수출 비중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1~8월 석유화학제품의 수출 비중은 중국이 전체 수출물량의 53%를 차지한다. 수출물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석유화학 공장들의 운영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삼성토탈의 대산공장은 2007년 세계적인 평가기관인 솔로몬 어소시에이트(Solomon Associate)가 전 세계 100여개 석유화학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장운영능력 평가에서 나프타분해센터(NCC) 공장 부문 세계 1위,스틸렌모노머(SM) 공장 부문 세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다른 업체들의 노하우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것도 실적호조의 배경이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기업들의 설비 신 · 증설에 따른 물량공세를 대비,해외 경쟁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고부가가치형 제품생산에 주력해왔다.

다만 중국과 중동 등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설비 신 · 증설을 끝내고 대규모 물량공세를 본격화하고 있어 이르면 4분기부터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4분기 이후 중국과 중동 신 · 증설 물량 영향으로 시장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차별화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