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에서 학계로 옮겨 붙은 가운데 국민 여론은 정부부처 이전을 골자로 하는 '원안'보다는 기업 · 대학 · 연구소 등을 유치하는 '수정안'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 충청지역의 수정안 찬성비율이 30~50%에 달해 정부가 구체적 청사진을 내놓을 경우 수정론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21일 개최한 '세종시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월례토론회에서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달여간 실시된 각 여론조사기관의 6차례 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세종시 수정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미디어리서치가 9월18일(전국 1000명) 실시한 조사에서 원안 찬성은 38.5%였다. 이는 규모를 축소해 2~5개 정부부처 이전(19.3%)및 중앙부처를 제외한 일부 산하기관만 이전(18.5%) 등의 수정론 찬성(37.8%)과 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정운찬 총리가 '송도 신도시 모델'을 제시한 지난달 29일 이후 세종시 수정안쪽으로 여론이 크게 기울었다. 지난 6일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선 원안찬성 비율이 31.3%로 낮아졌고 수정안 찬성비율이 60.3%로 높아졌다.

대전 · 충청권도 원안추진이 우세하지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6일 조사에서 충청지역 응답자의 61%가 원안추진에 찬성했으며 기업 · 과학중심 도시 추진 등 수정안 의견은 35.7%였다. 그렇지만 충청정치학회와 대전일보가 지난 11일 대전 · 충남지역 10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4.5%로 낮아졌으며,교육과학도시(28.2%) · 송도식 기업도시(10.4%) 등 수정의견이 38.6%로 높아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문화일보 · 디오피니언 여론조사에서는 수정 의견이 무려 52.8%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서 류 교수는 "원안대로 건설하면 자족도시가 되기 어렵고,수도분할로 인해 극심한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도시 기업도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여러 대안을 한묶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중앙부처가 내려오지 않는데 기업과 대학이 옮겨오겠느냐.행정중심 도시로 건설되지 않으면 교육 기업 과학 도시로서의 기능도 발휘할 수 없다"고 맞서는 등 학자들 간에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