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통합 이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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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치단체는 광역인 16개 시 · 도와 기초인 230개 시 · 군 · 구로 구성돼 있다. 기초 자치단체 숫자는 국토 넓이나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해 많다는 느낌을 준다. 자치단체장들조차 사석에서는 이를 인정한다. 산업화 도시화 고령화는 자치단체 여건도 크게 바꿔 놨다. 전국 면 단위의 평균면적 62.46㎢를 밑도는 시가 구리 광명 오산 목포 등 10개나 된다는 통계는 도시 지자체의 땅부족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줄어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너무 잘개 쪼개다 보니 생활권 · 경제권과 행정구역이 따로 놀고,대중교통 이용이나 민원서류 발급 때 겪는 불편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장 등 꼭 필요한 시설을 짓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시 · 군 자율통합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초 10곳 정도로 예상됐던 통합건의 지역이 18곳으로 늘어났고,통합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건의서를 낸 46개 시 · 군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져 이달 말께면 통합 지자체 윤곽이 드러난다. 정부는 관련절차를 밟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을 뽑아 7월 정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통합 이후다. 시 · 군 통합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시민단체,해당 지자체의 공무원과 단체장 등의 호(好) · 불호(不好)가 근거가 된다. 여기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노정되고 있다. 주민들이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선 주민 대 공무원 · 지자체장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자리를 잃을까 불안을 느낀 지자체장,인사권자인 지자체장이 바뀌면 불이익이 올까 두려워하는 공무원,기존 체제를 원하는 지방 기업인들이 통합 반대 세력으로 등장했다. 성공 또는 실패를 떠나 통합 추진 자체가 해당 지역을 편가르기하고 있는 셈이다.
통합 지자체에 제공되는 각종 인센티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통합하는 지자체에는 한 곳당 50억원의 특별교부세가 지급되는 등 커다란 혜택이 주어진다. 통합을 원했지만 실패한 지자체로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한 지자체에서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는 시간 · 공간적으로 멀지 않은 데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군항건설을 둘러싸고 결국 도지사 소환투표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었던 제주도는 지금 그동안의 행정 공백을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통합 희망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찢어 놓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를 지금 당장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번 자율 통합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통합 효과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통합 지자체를 집중 지원해 행정구역 개편을 원만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과 정부 내에선 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시 · 군 · 구를 60~70개로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렛대 효과를 높이려면 지리적 · 물리적 통합에 앞서 경제적 통합도 지원돼야 한다. 대중교통 체계를 공동 운영하거나 상하수도나 각종 시설을 함께 지어 사용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이해를 공통분모 삼아 이뤄지는 합종연횡이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은 수도 없이 입증됐다.
박기호 사회부 차장 khaprk@hankyung.com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시 · 군 자율통합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초 10곳 정도로 예상됐던 통합건의 지역이 18곳으로 늘어났고,통합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건의서를 낸 46개 시 · 군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가 이뤄져 이달 말께면 통합 지자체 윤곽이 드러난다. 정부는 관련절차를 밟아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을 뽑아 7월 정식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통합 이후다. 시 · 군 통합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민,시민단체,해당 지자체의 공무원과 단체장 등의 호(好) · 불호(不好)가 근거가 된다. 여기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 노정되고 있다. 주민들이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선 주민 대 공무원 · 지자체장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자리를 잃을까 불안을 느낀 지자체장,인사권자인 지자체장이 바뀌면 불이익이 올까 두려워하는 공무원,기존 체제를 원하는 지방 기업인들이 통합 반대 세력으로 등장했다. 성공 또는 실패를 떠나 통합 추진 자체가 해당 지역을 편가르기하고 있는 셈이다.
통합 지자체에 제공되는 각종 인센티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통합하는 지자체에는 한 곳당 50억원의 특별교부세가 지급되는 등 커다란 혜택이 주어진다. 통합을 원했지만 실패한 지자체로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구조다.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한 지자체에서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는 시간 · 공간적으로 멀지 않은 데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군항건설을 둘러싸고 결국 도지사 소환투표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었던 제주도는 지금 그동안의 행정 공백을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통합 희망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찢어 놓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를 지금 당장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번 자율 통합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통합 효과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통합 지자체를 집중 지원해 행정구역 개편을 원만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과 정부 내에선 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시 · 군 · 구를 60~70개로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렛대 효과를 높이려면 지리적 · 물리적 통합에 앞서 경제적 통합도 지원돼야 한다. 대중교통 체계를 공동 운영하거나 상하수도나 각종 시설을 함께 지어 사용하는 지자체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이해를 공통분모 삼아 이뤄지는 합종연횡이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은 수도 없이 입증됐다.
박기호 사회부 차장 khap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