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vs 도요타, '승부는 시작됐다'…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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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도요타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한편, 국내 자동차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도요타가 간판모델격인 중형세단 '캠리'를 업계의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로 선보이며 한국 시장 공습에 나서자 경쟁업체들 사이에서는 긴장감 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한국 자동차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현대기아자동차도 촉각을 세우고 도요타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도요타, '양의 탈' 쓰고 시장 잠식 노리나?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공식 출범행사를 개최한 도요타는 의외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의 다양한 예측을 낳았던 판매량 전망으로 도요타는 '내년 월 700대'라는 예상보다 저조한 목표치를 내놨다.
치기라 타이조 한국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올해 판매량은 월 500대, 내년에는 월 700대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도요타 직원과 딜러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으며 내년에 갑자기 판매대수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후노 유키토시 도요타 본사 부사장도 "어느 나라든 수입차 구매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며 "사후처리(애프터서비스) 등 자동차 업체에게 기본적 상식이라 할 수 있는 업무에 충실하는 게 먼저다. 판매대수는 크게 기대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한국에 선보이는 모델들이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의 간판모델들을 정면으로 겨냥해 대량 판매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도요타 경영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형세단 캠리의 경우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의 틈새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라브4(RAV4)'는 '투싼ix'와 '싼타페' 사이의 공백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키토시 부사장은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 "수입차 고객은 대중적인 시장과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발뺌했다.
이어 "도요타는 한국에서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여러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며 한국에서 이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한국 시장에 출시할 후속 모델을 묻는 질문에도 "계획이 없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낮은 가격대와 검증된 성능, 상품성으로 무장한 도요타의 한국 상륙은 국내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차량의 국내 가격은 캠리가 3490만원, 캠리 하이브리드 4590만원, 프리우스 3790만원, RAV4는 3210만원(2WD)과 3490만원(4WD)이다. 캠리의 경우 차체자세제어장치 등 주요 선택사양이 대부분 포함됐으며 DMB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되는 도요타 브랜드의 4개 차종은 국산차와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수입차는 물론 국내 업계 전반에 걸쳐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가 내년부터 시장 정착을 마무리하게 되면 연 판매량이 2만∼3만대로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 경우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상황 예의주시"
한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72%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도 도요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국내영업본부에서는 우선 도요타가 출시하는 모델별 사양 등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살펴본 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요타가 이날 출시한 중형세단 캠리의 경우 2.5ℓ급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가격과 차량 등급 등 여러면에서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와 대형세단 그랜저의 틈새를 겨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2.0ℓ급 모델이 주력 차종으로, 캠리의 대적 모델은 기존 그랜저, 내년 출시될 신형 그랜저(개발명 HG)와 기아차가 11월말 출시하는 준대형 세단 'K7(개발명 VG)'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2.4ℓ급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형 쏘나타의 경우 "올해 중 시판할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과는 엔진의 차이만을 반영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방안"이라고 말해 캠리와의 경쟁구도를 암시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듯' 현대차는 이달부터 그랜저를 구입하는 모든 소비자에게 90만원씩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기아차는 다음달 24일 출시 예정인 준대형 세단 K7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직접 캠리와의 성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비교 시승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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