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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최고의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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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직장을 구하는 것은 물론,들어간 후 살아남기에도 올림픽 금메달 따기만큼 어려운 세상이다. 사오정,오륙도 같은 우스갯소리도 이미 옛말이 되었고,직장인들은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있다.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외국어를 배우려는 직장인들의 발길로 학원가는 붐빈다. 실무 능력을 키워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지만,직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한 가치와 지식이 된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한 명의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란 옛말이 있지 않은가.

    필자는 신용회복위원회로 오기 전 보증보험회사에서 26년간 근무했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자존심만 내세웠고,나보다 별반 나아 보이지 않는 선배들을 우습게 보기도 했다. 세상물정 몰랐던 허점투성이의 필자가 비교적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의 격려와 가르침 덕이었다.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잠재력을 키워준 고마운 선배들이다. 직장인의 성실성,리더십,공사구분,업무에 있어 간결함의 미덕 등이 모두 선배들에게 배운 소중한 가르침들이다.

    한번은 대리점 여직원을 부를 때 "어이 OO대리점 이리와"라고 반말을 했다가 "왜 반말이냐"는 여직원의 정중한 항의를 받고 얼굴이 화끈거렸던 일이 있었다. 이후로는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친해질 때까지 결코 반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린 후배에게도 직장인이 갖춰야 할 예의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사례다.

    일을 하면서 만났던 고객들도 나의 스승이었다. 회사와 업무에 대해 별반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고객들이 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알게 된 후 큰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26년 동안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외환위기 당시 필자의 직장에서도 직원의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의 급여도 대폭 삭감됐다. 급여는 줄었는데 근무시간은 오히려 늘어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부족한 인력 수요를 충원하기 위해 퇴출은행에서 채권추심원으로 온 어느 분의 절규같은 한 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그래도 너희들은 회사가 없어지진 않았잖아."위보다는 아래를 보면서 현재에 감사하는 하심(下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8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선후배,동료,고객이었다. 그들로부터 배운 소중한 가치와 철학은 필자가 신용회복위원회에 온 뒤에도 약자를 우선 배려하고,직원들의 친절함이 더해진 시스템과 서비스에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소액채무로 신용불량자가 된 20~30대가 75만명이란 안타까운 통계가 보도됐다. 이들에게도 신용회복위원회가 믿음직한 선배와 동료 같은 멘토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ccrschairman@ccr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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