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받은 자기소개서 다 잡아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학들 수험생 DB구축…정보 공유해 비슷한 유형 적발
서울대 "지난해와 똑같은 교사 추천서는 진실성 의심"
서울대 "지난해와 똑같은 교사 추천서는 진실성 의심"
'비슷한 스펙''대학생 수준의 전문용어 사용''지난해와 동일한 내용의 교사 추천서'….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2만2787명을 선발하는 주요 대학들이 학원 등에서 인위적으로 포장된 '자기소개서'를 걸러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15일 서울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밝힌 자기소개서 판별 사례에는 입학처 간 정보 공유,축적된 고교 · 교사별 추천서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진실성 테스트,단계별 · 심층면접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부정 자기소개서 적발 위해 공동 보조
박정만 성균관대 학생선발 파트장은 "서울 소재 4~5개 주요 대학과 공동으로 자기소개서를 스크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만으로는 사교육의 힘을 빌린 서류임을 가려내기 힘든 경우가 있어 대학들끼리 경험과 자료를 공유해 서류를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A대학에 지원한 B학생과 C대학에 지원한 D학생이 비슷한 동아리 활동이나 유사 성격의 해외봉사,동일한 문체로 표현된 전공 관심도 등 '전형적인 스펙'을 적어 제출한 경우 입시컨설팅 업체에서 써준 서류로 의심하게 된다.
이태규 연세대 입학처장은 "주요대학 간 DB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 학교에서 걸리더라도 다른 곳에선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올해 전형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가 적발된 고교에 대해선 내년에 더욱 주의 깊게 전형 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적된 DB로 교사 추천서도 검증
서울대는 타 대학보다 풍부하게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전국 각 고등학교 및 소속 교사의 추천서에 대한 스크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지금까지 수년간 서울대 지원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및 추천서의 내용을 전국의 고교 및 각 교사 단위로 DB를 만들어 놨다"며 "올해 받은 서류를 지금까지 축적한 DB와 비교해 진실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E고교의 F교사가 올해 제출한 학생 추천서가 지난해 것과 얼마나 다른지 등을 비교하면 추천서가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지켜본 학생이라면 추천서의 내용이 다른 학생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형식과 내용에서 일률적인 추천서라면 진정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교를 통해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정말 관심받고 있는 학생이 누구인지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계별 심층 면접으로 끝까지 검증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서류 전형을 통과했더라도 방심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은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인성 · 기초학습-활동내역-발전가능성으로 이어지는 3단계에 걸친 컨베이어식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교육 업체에서 관리한 서류는 면접과정을 통해 대부분 걸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용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자기가 직접 쓰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면접에서 반드시 티가 난다"며 "면접에서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부분은 아예 처음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는 제출서류에 '진실성 테스트' 항목을 만들고 면접에서 이를 집중 검증한다. 진실성 테스트 항목은 '나는 학습과제 수행에 성실히 임합니다' 등 11가지 문항에 대해 '매우 그렇다'에서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5단계에 걸쳐 스스로를 평가해 기입토록 돼 있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스스로에게 '매우 그렇다'라는 평가를 내린 학생은 면접에서 충분히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준에 맞는 소개서 써야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먼저 '자기 수준에 맞는 자기소개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 처장은 "고3 수험생이 사용하지 않는 용어 및 어투를 남발하면 '남의 손'을 빌렸다는 느낌을 준다"며 "여러 개의 문항 중 특정 문항의 문체가 타 문항과 현격하게 다른 경우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일관성'도 서류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자기소개서엔 평소 수학에 관심이 많고 수학 공부에 매진했다고 주장하면서 학생부 기록상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에게는 많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10가지 스펙이 있다고 10점을 주고 2가지 스펙이 있다고 2점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백화점식으로 단순 나열하는 스펙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경범 교수도 "단순히 '나는 뭘했다'만 나열하는 것보다는 단 하나의 활동이라도 그 이유와 동기,결과와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극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자기소개서,인터넷에서 본 듯한 판에 박힌 독서감상문,고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해외 봉사활동,인위적인 유명인사 추천서,사교육 업체가 주최한 각종 경시대회 성적 등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서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김일규/이재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수시모집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2만2787명을 선발하는 주요 대학들이 학원 등에서 인위적으로 포장된 '자기소개서'를 걸러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15일 서울대 등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밝힌 자기소개서 판별 사례에는 입학처 간 정보 공유,축적된 고교 · 교사별 추천서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진실성 테스트,단계별 · 심층면접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부정 자기소개서 적발 위해 공동 보조
박정만 성균관대 학생선발 파트장은 "서울 소재 4~5개 주요 대학과 공동으로 자기소개서를 스크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학만으로는 사교육의 힘을 빌린 서류임을 가려내기 힘든 경우가 있어 대학들끼리 경험과 자료를 공유해 서류를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A대학에 지원한 B학생과 C대학에 지원한 D학생이 비슷한 동아리 활동이나 유사 성격의 해외봉사,동일한 문체로 표현된 전공 관심도 등 '전형적인 스펙'을 적어 제출한 경우 입시컨설팅 업체에서 써준 서류로 의심하게 된다.
이태규 연세대 입학처장은 "주요대학 간 DB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 학교에서 걸리더라도 다른 곳에선 통과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올해 전형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가 적발된 고교에 대해선 내년에 더욱 주의 깊게 전형 심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적된 DB로 교사 추천서도 검증
서울대는 타 대학보다 풍부하게 축적된 자료를 활용해 전국 각 고등학교 및 소속 교사의 추천서에 대한 스크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지금까지 수년간 서울대 지원 학생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및 추천서의 내용을 전국의 고교 및 각 교사 단위로 DB를 만들어 놨다"며 "올해 받은 서류를 지금까지 축적한 DB와 비교해 진실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E고교의 F교사가 올해 제출한 학생 추천서가 지난해 것과 얼마나 다른지 등을 비교하면 추천서가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지켜본 학생이라면 추천서의 내용이 다른 학생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형식과 내용에서 일률적인 추천서라면 진정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교를 통해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정말 관심받고 있는 학생이 누구인지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계별 심층 면접으로 끝까지 검증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서류 전형을 통과했더라도 방심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은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인성 · 기초학습-활동내역-발전가능성으로 이어지는 3단계에 걸친 컨베이어식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교육 업체에서 관리한 서류는 면접과정을 통해 대부분 걸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용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자기가 직접 쓰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면접에서 반드시 티가 난다"며 "면접에서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할 부분은 아예 처음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는 제출서류에 '진실성 테스트' 항목을 만들고 면접에서 이를 집중 검증한다. 진실성 테스트 항목은 '나는 학습과제 수행에 성실히 임합니다' 등 11가지 문항에 대해 '매우 그렇다'에서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5단계에 걸쳐 스스로를 평가해 기입토록 돼 있다.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은 "스스로에게 '매우 그렇다'라는 평가를 내린 학생은 면접에서 충분히 그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준에 맞는 소개서 써야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먼저 '자기 수준에 맞는 자기소개서'가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 처장은 "고3 수험생이 사용하지 않는 용어 및 어투를 남발하면 '남의 손'을 빌렸다는 느낌을 준다"며 "여러 개의 문항 중 특정 문항의 문체가 타 문항과 현격하게 다른 경우도 종종 보인다"고 말했다.
'일관성'도 서류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자기소개서엔 평소 수학에 관심이 많고 수학 공부에 매진했다고 주장하면서 학생부 기록상 수학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에게는 많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10가지 스펙이 있다고 10점을 주고 2가지 스펙이 있다고 2점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백화점식으로 단순 나열하는 스펙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경범 교수도 "단순히 '나는 뭘했다'만 나열하는 것보다는 단 하나의 활동이라도 그 이유와 동기,결과와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극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자기소개서,인터넷에서 본 듯한 판에 박힌 독서감상문,고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는 해외 봉사활동,인위적인 유명인사 추천서,사교육 업체가 주최한 각종 경시대회 성적 등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서류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김일규/이재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