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범에 대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웬만한 살인죄 처벌을 능가하는 수준인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두순 사건'으로 '솜방망이 성폭행 처벌' 비판을 받아온 법원이 여론을 의식해 내린 판결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상철)는 6년간 여조카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으로 구속기소된 임모씨(42)에게 징역 13년을,임씨의 성폭행을 도운 아내 이모씨(39)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임씨에게 내려진 선고형량은 살인죄 처벌로서도 무거운 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법원 양형기준에서는 감경이나 가중 사유가 없는 살인죄 사범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 징역 13년이며 최하 4년도 가능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여러 차례 낙태를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며 "임씨가 반성은커녕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임씨는 2002년 조카 A양(당시 12세)의 어머니가 사망하자 "죽은 누나 대신 조카를 키우겠다"며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임씨는 함께 산 지 1년 남짓 됐을 무렵인 2003년 8월 "외삼촌과의 성관계는 일종의 중요한 프로젝트다. 원래 고아원에 보내야 하는데 같이 살게 된 거다"라고 협박하며 성폭행했으며 이후 6년 동안 집과 콘도 등에서 수시로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했다. A양이 처음 성폭행을 당할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된 임씨의 아내 이씨는 오히려 A양을 설득하거나 성관계를 강요하며 남편의 범행을 도왔다. 그 결과 A양은 지난 6년간 두 차례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아내 형량에 대해 네티즌들은 남편 못지않게 죄질이 나쁜데도 집행유예를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